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이유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점점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고 느낀다. 단순히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생각했던 이것이 사실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몇 년 전 신문에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이유에 대한 칼럼을 읽었다. 나는 글을 읽기도 전에 손바닥을 맞부딪히며 "그래!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라고 말하며 공감했던 게 기억난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느낌을 받는 이유는 뭘까. 칼럼에는 이에 대한 이유를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의 삶은 매일 비슷한 패턴의 연속이기에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못한 채 계속 흘려만 보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우리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학교에 다닐 때는 매년 새로운 학기와 방학을 맞이한다. 학기가 시작되면 시험을 준비해야 하고 이를 수행하면서 방학이라는 엄청난 보상을 기다린다. 그리고 매년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를 만나고 수학여행과 소풍 등 각종 행사가 있기에 학창 시절의 우린 늘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과 기다림을 지니고 있었다.
새로운 경험을 기다리며 설렘을 갖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게 된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설렘은 마음속에 약간의 두려움을 만들어내 그것을 기다리며 자신도 모르게 시간을 의식하게 만든다.
그런데 우리의 삶이 사회 속에 묻혀 버리면 매일 비슷한 일상이 연속되고 이미 많은 것을 경험했기에 시간의 흐름을 인지할 만큼 설렘이나 두려움이 크게 존재하지 않는다. 경험이 많아지면 무엇을 마주하던 무덤덤해지고 생계를 위해 같은 일상이 반복되면서 시간의 흐름이 우리의 인지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안정적인 삶이 필요해지고 결국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며 살아가게 된다. 프리랜서의 삶이라고 해도 크게 다를 건 없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무덤덤해지고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삶의 굴레 속에 갇힌다. 우리는 힘들게 일한 보상으로 해외여행이나 특정일을 기다릴 뿐, 시간의 흐름을 인지할 만큼 설렘과 기대감이 있는 이벤트는 나이가 들수록 사라진다.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일단 시간을 삶 속에 인지하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일상의 패턴이 반복되는 원인인 습관의 덩어리를 헝클어야 한다. 작고 큰 습관이 우리의 삶에 박혀서 큰 덩어리로 만들어져 매일매일 비슷한 일상으로 하루가 흘러간다. 습관의 덩어리를 하나씩 덜어내고 새로운 것을 심어 덩어리가 그대로 굴러가지 않게 해야 한다.
첫 번째는 배움과 도전이다. 학창 시절을 생각해보면 방학은 빨리 지나가는 것 같은데 학기는 유독 느리게 흐르는 기분이었다. 시험 기간 도서관에 앉아 있을 때는 1분 1초가 더욱 느리게 흐르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목표를 세우고 그에 도달해가는 그 어려운 과정에서 시간을 인지한다. 각자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자신이 평소에 하지 않았던 것이나 버킷리스트 목록 중 하나를 목표로 세워보자.
요즘엔 원데이 클래스도 많고 유튜브를 통해 배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하겠다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된다.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긴장과 설렘이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게 도와준다. 거대하고 장황한 목표보다는 사소하지만, 본인이 해보지 않았던 것을 시도해야 한다.
나는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클래스를 신청한다. 분명히 해보고 싶은 거였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신청하고 나면 클래스 가는 날이 굉장히 버거울 때가 있다. 가끔 과제가 있는 클래스도 있는데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더 미칠 노릇이다. 특히나 4주 완성, 8주 완성과 같은 기간 내에 완성하는 클래스를 들을 땐 유독 시간이 느리게 가는 기분이다. 완성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나도 모르게 시간을 세고 있었다.
이렇게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계획을 세워보자.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기간과 횟수 등 숫자가 들어간 목표를 세워야 한다. 와인에 관심이 있다면 국내 와인 셀렉샵을 찾아다니며 블로그에 매주 하나씩 기록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집에 걸어둘 큰 그림을 언제까지 완성한다는 정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자신의 성향을 기준으로 약간의 무리함을 얹어야 한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자신에게는 다소 마무리 짓기 힘든 목표여야 한다.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것을 생각하며 설렘을 가지고 지금 당장 목표를 세운다면 현재를 기점으로 삶 속에 시간이 인지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습관을 조금씩 바꿔보자. 평일에도 운동과 취미 등 계획을 세우며 열심히 사는 직장인이 많다. 그렇지만 열심히 일하고 쉬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평일에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에는 쉬어도 된다. 그렇다면 쉬는 주말이라도 새로운 것을 해보자. 평소 자신의 주말 루틴을 생각해 보자.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약속이 있어 카페와 맛집을 다니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가끔은 평소에 하지 않았던 것을 찾아서 해보자. 예전에 즐겨했던 거라도 좋다. 하루에 한 줄씩 일기라도 써보자.
뭐든지 다 귀찮다고 생각하면 시간을 빨리 흘려보내는 수밖에 없다. 어렸을 땐 학교와 선생님의 강요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이행해야 하는 것들이 있었고 사회로 나와 취업 준비를 할 때까지만 해도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렇지만 사회에 익숙해지는 순간 이직도 인생에서 그다지 큰 도전처럼 느껴지지 않게 된다.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은 고로 자신의 과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면 내가 시간을 기다리게 하면 된다. 다소 귀찮을 수 있겠지만 목표를 세우고 사소한 습관을 바꾸는 것은 인생에 필요한 자극제 역할을 해준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목표를 세우고 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평소였으면 그냥 흘려보냈을 시간을 지금 당장 계획과 목표를 세워 자신을 시간의 쳇바퀴 속에서 꺼내 보자.
그림출처: https://www.instagram.com/yeouul_2019/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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