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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Jan 31. 2023

호주오픈(AO)에서 테니스 보면서 맥주에 감튀

호주 멜버른에는 매년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가 열린다. (1)이 토너먼트는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에 앞서 매년 열리는 4개의 그랜드 슬램 테니스 대회 중 첫 번째 대회이다. Australian Open(호주오픈)을 줄여서 AO라고 부른다. 이 시기가 되면 길거리의 전광판은 AO와 관련된 광고로 도배가 된다. 멜버른 전체가 AO로 인해 들뜬 축제 분위기가 나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테니스에 관심도 없고 그냥 호주 사람들이나 즐기는 문화라고 생각했다. 어학연수와 대학교에 다닐 때는 공부하고 돈 버느라 정신없어서 호주오픈은 내 관심에서 완전히 제외되었다. 그러다 처음으로 관심을 두게 된 건 대학교를 졸업하고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을 때 친구가 공짜로 입장을 시켜주겠다고 해서였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몰랐다. 호주오픈은 테니스를 보러 가는 곳인데 경기장은 못 들어가지만 무료입장 티켓을 준다고 하였다. 뭔지 모르겠지만 그저 공짜라는 말에 나는 흔쾌히 승낙했다.




2023 호주오픈(Australian Open, AO)




호주에 산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AO에 가게 되었다. 입구에 도착하니 내가 생각했던 스케일보다 훨씬 광대했다. 이러니 입장료를 받는구나 하고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친구 덕분에 무료입장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마치 축제 분위기였다. 선수들이 연습하는 야외 테니스 코트가 있고 크고 넓은 테니스 경기장이 몇 개 있다.



야외에는 큰 전광판으로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푸드 코트가 있으며 펍이 마련되어 있다. 푸드 코트를 중심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많이 놓여 있고 잔디밭에 앉아서 마치 소풍처럼 즐길 수도 있다. 테니스를 볼 수 있는 전광판이 많기 때문에 적당한 자리를 골라 앉으면 된다. 이게 나의 첫 AO 경험이었다.




2021 호주오픈(Australian Open, AO)




그리고 두 번째는 경기장 안에서 관람했다. 이번엔 다른 친구가 고맙게도 티켓을 주어 공짜로 관람하였다. 테니스 경기 규칙은 잘 몰랐지만 가기 전에 검색하고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우리가 본 경기는 예선이었지만 정말 운이 좋게도 라파엘 나달 선수의 경기였다.



테니스는 잘 모르지만, 호주오픈 시즌이 되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인 나달과 조코비치의 얼굴이 멜버른 여기저기에 광고로 도배된다. 이 두 선수 이름은 수없이 많이 들어 봤기에 유명한 테니스 선수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축구로 따지면 메시와 호날두인 격이다.



(2) 라파엘 나달 파레라는 스페인의 프로 테니스 선수이다. 그랜드 슬램 단식에서 22회 우승하였으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3) 노박 조코비치는 세르비아 출신 프로 테니스 선수이다. ATP 현 세계 랭킹 1위인 그는 그랜드 슬램 대회 남자 단식에서 22차례 우승 했으며 연말 시즌 최종 랭킹 1위를 일곱 차례 했다.




2021 호주오픈(Australian Open, AO)




넓은 경기장에서 테니스를 직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예선 티켓은 그래도 비교적 저렴하다. 내가 봤을 당시 2021년 예선 티켓은 대략 $79(한화 약 69,000원, 2023.01.30 기준)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8강, 4강, 결승전 티켓 가격은 상당히 값이 나간다.



나달 선수의 경기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이래서 다들 나달 나달 하는구나 싶었다. 경기를 보는 내내 나는 통통 부딪히는 테니스공 소리와 테니스 운동화가 바닥과 마찰하는 경쾌한 소리에 집중하여 관람하였다. 경기가 끝나고 뭔가 벅차오르는 감동이 있었다. 이게 나의 두 번째 AO 경험이었다.




2021 호주오픈(Australian Open, AO)




그리고 2023년에 드디어 내 돈 내고 자발적으로 다녀왔다. 친구들의 베풂으로 2번이나 호주오픈을 즐기다 보니 나도 이제는 테니스 축제 분위기 속에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월 26일은 호주 공휴일이다. 마침 전날 25일에 조코비치의 경기가 있어서 보러 다녀왔다. 8강 경기였기에 경기장 티켓은 비쌌고 나와 남편은 그냥 분위기라도 즐기기 위해 입장권만 구매해서 들어갔다. 저녁 경기여서 나이트 입장권을 구매해서 들어갔다. 참고로 나이트 입장권은 $19(한화 약 16,500원, 2023.01.30 기준)이다.




2023 호주오픈(Australian Open, AO)




거의 경기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다. 전광판 앞에는 이미 테니스를 보기 위해 사람들로 가득했다. 잔디밭 사이사이 빈틈없이 사람들이 다닥다닥 앉아 있었고 모든 시선은 전광판으로 향해 있었다. 우리도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도저히 앉을 곳이 없어서 계속 빙글빙글 돌아다니다 서서 경기를 봤다.



목을 축이기 위해 맥주를 먼저 사고 일단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어수선한 곳이라도 앉았다. 경기가 조금 무르익자 자리를 이동하는 사람들이 생겨서 괜찮은 자리로 옮겨 갔다. 자리도 잘 잡았으니 감자튀김도 사 왔다.




2023 호주오픈(Australian Open, AO)




맥주와 짭조름하게 양념된 감자튀김을 먹으며 조코비치의 경기를 관람했다. 나는 단연 조코비치를 응원했다. 그런데 응원하는 게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너무나도 당연하게 조코비치의 3세트 완승으로 끝이 났다.



집에 있으면 절대로 챙겨 보지 않을 경기였다. 호주오픈을 가니 관중 속에 섞여서 나도 함께 환호를 지르며 재미있게 테니스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포츠에 빠질 수 없는 맥주와 함께 시원한 여름 바람을 맞으며 야외에서 관람하는 게 너무 인상적이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




2023 호주오픈(Australian Open, AO)




나는 학창 시절과 20대 초반을 한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여전히 한국 문화가 익숙하긴 하다. 그래서 호주에서 뭔가 기회가 있어도 익숙했던 나의 과거 습관에 기대어 굳이 시간과 돈을 써가며 시도하지 않으려는 습성이 없지 않아 있다.



무료로 호주오픈을 관람할 수 있는 두 번의 기회가 없었으면 올해 나는 굳이 호주오픈을 다녀오지 않았을 거다. 호주오픈은 그저 테니스 팬들이나 호주 사람들을 위한 축제로만 여겼을 것이다. 호주에 살면 살수록 내가 쓴 에세이 <멜버른의 위안>의 한 구절이 점점 더 가슴에 와닿는다.




에세이 <멜버른의 위안> 에필로그




경험해 봐야 내 삶의 위안이 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 <멜버른의 위안>




참고로 이번 2023년 호주오픈은 조코비치의 승리로 끝이 났다. (4)호주오픈에서 통산 10번째 우승을 차지한 노박 조코비치는 7개월 만에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세계 랭킹 1위를 되찾았다.




2023 호주오픈(Australian Open, AO)





(1)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ustralian_Open

(2)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B%9D%BC%ED%8C%8C%EC%97%98_%EB%82%98%EB%8B%AC

(3)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B%85%B8%EB%B0%94%ED%81%AC_%EC%A1%B0%EC%BD%94%EB%B9%84%EC%B9%98

(4) 출처: https://www.donga.com/news/Sports/article/all/20230130/117657469/1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Instagram: @yeouulart@yeouul_illustrator

Youtube: 여울아트(Yeouul Art)여울여울

Website: https://yeouul.creatorlin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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