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근교 퀸스클리프 여행
지난 글에서는 퀸스클리프 바닷가에 있는 요트에서 해산물을 판매하는 'Mi Shells Seafood'를 소개하였다. 때에 따라 야생 펠리컨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어서 이번 글에서도 퀸스클리프 여행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번 여행은 부모님이 한 달 전 갑자기 호주에 오기로 결정하여 급하게 일정을 세워야 했다. 일단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이니 좋은 숙소를 우선시하고 근처에 어디든 가볼 만한 곳이 있겠지 생각했다.
호주에서 로드트립을 다닐 때 한 가지 팁이 있다면 구글 지도에 'Brewery(맥주 공장)', 'Farm(농장)', 'Winery(와이너리)'를 검색하면 가볼 만한 여행지를 찾을 수 있다. 자연 속에 경치 좋은 레스토랑이나 구경할 게 있는 넓은 펍과 바를 찾을 수 있다. 사진과 리뷰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숙소를 먼저 예약하고 나중에 가볼 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앞서 말했듯이 검색해 보니 숙소 근처에 바질 농장(Basils Farm)이 있었다. 말 그대로 바질을 재배하는 농장인 줄 알았는데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자연 속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산책할 곳도 있고 사진 찍기에도 좋은 거 같아 바로 예약했다.
숙소 체크아웃이 11시여서 어쩌다 보니 레스토랑 오픈 시간에 맞춰 갔다. 우리가 갔을 때 먼저 온 손님이 있었는데 예약 없이는 입장 불가능하다며 돌아가는 씁쓸한 뒷모습을 보았다. 성수기도 아닌 겨울 비수기에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반드시 예약하고 가야 한다. 그렇게 우리가 첫 손님으로 입장을 했다.
입구로 들어서니 마당에는 작은 텃밭이 가꿔져 있었고 야외에는 파라솔 달린 테이블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구경하며 계속 걸어가 보니 양옆의 탁 트인 넓은 시야로 바다와 푸른 들판이 보였다. 우리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버렸다. 가슴이 확 트이는 넓은 들판 너머로는 양 떼 목장에 양들이 무리 지어져 있었으며 그 끝에는 잔잔한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었다.
첫 손님으로 입장하니 좋은 자리를 먼저 찜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 아름다운 자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창가로 자리를 택했다. 부모님은 창밖을 내다보며 너무 좋은 곳에 데리고 와줬다며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급하게 계획한 여행이었는데 가는 곳마다 기대 이상이어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들떴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우리는 예쁜 장소를 골라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구경하고 사진 찍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주문한 음식과 와인이 나왔다. 꽃을 가니쉬로 얹혀 알록달록한 색으로 플레이팅 된 예쁜 음식을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섬세하게 첨가된 허브와 조합이 잘 맞는 식재료가 어우러져 입안에서 다양함과 특별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유명한 곳은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경치도 한몫하겠지만 식당이니 음식 맛도 중요하다.
우리가 한창 음식을 즐기기 시작하니 레스토랑은 어느새 사람들로 북적북적해졌다. 겨울이었지만 제법 햇살이 따뜻해 야외에 앉기 좋은 날씨여서 어느새 야외 테이블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많았는데 아이들은 텃밭을 구경하고 넓은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광활한 자연을 맘껏 누비고 있었다.
우리는 가니쉬도 다 먹어버릴 정도로 음식을 흔적 없이 먹어 치워 버린 후 들판으로 걸어 나갔다. 눈이 맑아질 정도로 진한 초록색의 잔디를 밟으며 내려가다 보니 양 떼 목장이 나왔다. 양도 구경하고 자연 속에 하나가 되어 사진도 찍어 보고 소중한 경험을 가족들과 함께 나누었다.
사실 멜버른은 시드니처럼 세계적인 건축물인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여행지로 추천하기에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다. 비록 멜버른에는 세계적인 관광지는 없지만 멜버른 곳곳에는 이색적인 카페와 레스토랑, 개성 있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이 있다. 또한, 광활한 자연 속에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와이너리와 레스토랑도 있다. 멜버른이 살기 좋은 도시로 계속 상위권에 뽑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듯이 멜버른만의 매력이 있다. 절로 힐링되는 기분이 드는 바로 그런 곳이 멜버른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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