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쉬우면 성장 속도가 더뎌진다.
나는 일을 할 때마다 내 자아와 부딪힌다.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하는 일에는 이런 마인드가 안 생기지만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혼자 일할 때면 드는 생각이 있다. 내가 하고 싶어서 저질러 놓은 일이지만 막상 하다 보면 하기 싫어지는 일이 있다. 그렇지만 포기하는 건 싫다. 이왕 하는 거라면 제대로 하고 싶어서 일을 더 벌이게 되고 나는 매번 이렇게 나 자신과 싸우며 일한다.
포기해도 되지만 할 수 있는 일에 약간의 무리함 한 스푼을 더해 도전한 것이기에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돈 받고 하는 일에는 그런 생각이 안 든다. 누군가와 함께 일한다는 건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기 때문에 못 할 것 같은 건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맡아서 하며 기한 내에 서로가 만족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프리랜서이므로 외주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 계속 연구하고 도전해야 하는 과제가 많다. 다행히 이러한 과정이 좋아서 나는 프리랜서의 길은 선택한 것이고 이 과정을 즐긴다.
평소 하던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건 어려움이 없지만 새로운 일을 도전할 때는 조금 다르다. 야심 찼던 초기의 감정과는 다르게 하다 보면 서서히 지치고 마음이 조여 올 때가 있다. 포기해도 되지만 할 수 있는 일에 약간의 무리함 한 스푼을 더해 도전한 것이기에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포기할 일이라면 시작하지 않는다. 그래서 섣불리 충동적으로 시작하는 일은 없다. 주변에서 보면 충동적이라 생각하는 일도 알고 보면 나는 몇 년 전부터 고민해 오던 일이다. 단지 기회가 생겼을 때 나는 그 기회를 잡을 뿐이다.
가끔 일을 벌여 놓고 나면 굉장히 하기 싫은 순간이 올 때가 있다. 정말 미치도록 하기가 싫은데 데드라인은 다가오고 스스로 채찍질하며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만 모든 것은 나의 기록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허투루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싶다. 그러다 보니 일이 금방 끝나지 않는다. 결국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무한 수정을 하다 보면 나는 또다시 지친다.
어차피 포기하지 않을 나 자신을 알기에 마냥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않지만, 생각보다 왜 이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탄식만 할 뿐이다. 모든 일은 항상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이유는 내가 수정과 정리의 시간을 짧게 계산하기 때문이다.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충 가늠할 수 있지만 수정과 정리하는 시간은 때에 따라 너무나도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시간에 쪼들리고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일이 쉬우면 성장 속도가 더뎌진다.
하기 싫은 일이어도 어차피 내가 시작한 일이기에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며 항상 나는 내 자아와 싸운다. 그래도 보통의 결말은 행복하게 끝난다. 그 끝을 알기에 일하는 내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왜 이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나는 또다시 탄식하게 된다.
다음 일을 할 때 또 다음 일을 할 때 나의 이런 생각과 행동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일이 쉬우면 성장 속도가 더뎌진다. 성장의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 그래도 무슨 일이든 이왕 할 거면 나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하는 게 맞다.
그림출처: https://www.instagram.com/yeouul_2019/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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