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수면 시간을 아껴가며 열심히 보낸 시간이 있듯이 나에게도 그런 기간이 있다. 호주에서 대학교에 다닐 때 너무나 많은 양의 과제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자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호주 대학은 첫날부터 엄청난 양의 과제를 내준다.
감당하기 힘든 과제량 때문인지 입학할 때 40명이었던 학생 수가 2학년 때 30명으로 줄었다. 동기의 25%가 휴학하거나 자퇴했다.
나는 학기 중에 밤새우는 날이 많았다. 내 방의 책상은 창문을 향해 있었고 해 뜨는 걸 자주 봤다. 밤새워서 과제 하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영롱한 빛을 내며 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친 눈을 부릅뜨고 창밖을 내다봤는데 한두 개가 아닌 여러 개의 열기구가 둥둥 떠 있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그 이후 열기구를 자주 보게 되었다. 그런데 처음에 봤을 때 아름다웠다는 생각과는 다르게 열기구를 보면 나는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젠장 망했다. 과제 다 못 끝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열기구만 보면 허겁지겁 과제를 끝냈던 기억이 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새벽같이 일어날 일도 없고 밤을 새우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열기구를 보지 못했다. 보통 이른 아침에나 열기구가 뜨는데 현재 멜버른은 겨울이어서 해가 늦게 뜨기 때문인지 8시 넘어서 열기구가 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직 열기구를 타 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탄다면 나는 여전히 나의 대학 시절을 떠올릴 것 같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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