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의 호그와트가 연상되는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오랜만에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State Library of Victoria)에 다녀왔다. 어학 연수할 때 자주 와서 공부했던 곳이다.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은 호주 멜버른 시티에 위치해 있다. 나는 유학 생활을 할 때 학교와 직장이 가까운 시티에 살았고 공부하기 위해 도서관에 자주 갔다.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곳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이곳이 바로 그런 공간이다.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은 멜버른에서 굉장히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다. 가장 활발한 시티의 중심에 있으며 건축물이 고풍스럽고 아름답다. 내부에는 마치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학교를 연상케 하는 공간도 있다. 언뜻 봐도 역사가 꽤 되어 보이는 곳이다. (아래 사진 참고) 이 아름다운 다각형 구조의 돔 공간은 관광객에게도 필수 코스 중 하나이다. 도서관이 시티에 위치해 접근성도 편할뿐더러 갤러리도 있고 독특한 돔 구도의 도서관 내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공간도 잘 마련되어 있다.
나는 유학 시절 도서관에 올 때면 거의 항상 이 공간에서만 공부했다. 편안한 의자와 책상이 있는 다른 공간도 있지만 여기서 공부하는 게 집중이 더 잘 됐다. 여행 사진이나 텔레비전에서 봤을 법한 곳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게 마치 혜택처럼 느껴졌고 수많이 사람이 여기에서 공부하며 자신을 발전시켰다고 생각하니 더 벅차올랐다. 나도 역사 속 하나가 되는 기분이었다. 책상과 의자는 투박한 나무로 되어 있다. 굉장히 불편할 것 같지만 의외로 편하다. 그리고 약간의 불편함은 집중에 도움이 되었다.
나는 어학연수 시절에 오전에는 일하고 오후에는 어학원에 가고 끝나면 바로 도서관에 가서 마감 시간까지 공부했다. 머리를 쥐어짜고 공부하고 있으면 가끔 관광객이 들어와 조용히 두리번두리번하며 이 아름다운 도서관 내부를 관람하며 사진을 찍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10년 후, 20년 후 여전히 변하지 않은 이곳을 보며 나는 힘들게 공부했던 지난 유학 시절을 떠올릴 것이다.
현재는 대학교 졸업한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이제 나에겐 추억의 공간이다. 외곽으로 이사 간 뒤로 시티도 잘 가지 않으며 집에 나만의 공간이 있기에 집에서 작업을 한다. 오랜만에 방문한 도서관은 리모델링으로 새 단장을 하여 내가 다녔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사실 예전에 도서관 방문할 때마다 다소 오래되었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제는 깔끔하고 모던한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그러나 이 다각형 구조의 돔 공간만큼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무엇하나 바뀐 게 없었다.
이 공간만큼은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뭔가 마음이 편안해졌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거리와 리모델링으로 새 단장을 하는 곳이 많다. 그렇지만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곳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이곳이 바로 그런 공간이다. 10년 후, 20년 후 여전히 변하지 않은 이곳을 보며 나는 힘들게 공부했던 지난 유학 시절을 떠올릴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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