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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Jun 08. 2022

호주에서 열리는 아티스트 마켓에 나도 참여해 볼까?

작가의 스타일이 어쩜 하나도 겹치지 않는 호주 아티스트 마켓


호주에서 지내다 보면 주말마다 열리는 마켓에 가는 것이 하나의 재미이다. 보통 주말에는 지역마다 열리는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과 아티스트 마켓 등 다양한 마켓이 열린다.


소소하지만 색다른 경험은 우리 모두의 삶에 중요하게 적용한다.





파머스 마켓에서는 지역 농수산물과 집에서 만든 특제 소스나 꿀 등 신선하고 다소 독특한 식재료가 있다. 그런데 파머스 마켓은 보통 주말 이른 아침 8시쯤 오픈하고 오후 1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주말에 게으름을 피우다 보면 가기가 힘들다. 솔직히 말하면 파머스 마켓은 한두 번 가본 것 같다. 이번 주에는 기필코 일찍 일어나서 가야지 다짐하지만, 아침에 늦장 부리다 보면 12시가 되어서 파머스 마켓 가는 걸 포기했다.





이 밖에도 핸드메이드 제품과 호주 작가의 작업을 볼 수 있는 아티스트 마켓이나 중고 물건을 파는 썬데이 마켓 등이 있다. 호주는 지역마다 열리는 마켓의 규모도 다르고 저마다 특색이 있으므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지난 주말에는 멜버른 피츠로이(Fitzroy)에서 열리는 아티스트 마켓에 다녀왔다. 개성 있는 호주 작가의 작품과 핸드메이드 악세서리와 제품 등 흥미로운 볼거리로 가득했다.





이렇게 호주에서 열리는 아티스트 마켓을 다니다 보면 느끼는 것이 있다. 작가의 작품 스타일이 어쩜 하나도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용하는 색감도 다르고 라인 드로잉부터 그래픽 디자인과 페인팅까지 작가의 의도와 개성이 드러난 각기 다른 작품을 볼 수 있다.


나는 한국에 있었을 때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가끔 플리마켓 행사에 참여하였다. 나의 일러스트를 직접 대중에게 선보이며 소통할 기회였다. 나는 작업을 할 때 작품에 모두 메시지를 담는다. 그래서 플리마켓에 참여할 때 사람들과 마주 보고 작품에 관해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때론 사람들이 직접 예술적 활동에 참여하고 이에 공감할 때 나는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





플리마켓에서 반응이 좋았던 작품은 <잊히지 않아야 할 색, 우리의 근현대사>와 <What a stweet life> 일러스트였다. 근현대사 일러스트는 우리의 가까운 역사에서 중요한 장소이지만 중고등학교 때 배우고 어른이 되면서 점점 잊게 된 근현대 건축물을 일러스트로 표현하였다. 나는 플리마켓을 할 때 테이블 한쪽에 일러스트를 뒤집으면 건축물 이름을 알 수 있게 진열해놓고 사람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였다. 독립문 일러스트는 글씨가 쓰여 있기도 하고 너무 명백하게 다 아는 건축물이기에 모두 쉽게 맞췄지만, 나머지는 아리송해하였다. 일러스트를 뒤집었을 때 이름을 확인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그래, 맞아!"

"아 그렇구나. 몰랐다."

"어머! 어떡해! 나 진짜 몰랐어."

"이건 알지!"

"이건 알아야 하는데..."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흥미롭게 참여하며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가끔 몰라서 민망해하는 분이 있으면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저도 사실은 고등학교 졸업하고는 다 까먹었어요. 그런데 사실 우리의 가까운 과거이고 중요한 곳이기에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길 바라며 이렇게 일러스트로 표현해 봤어요. 저도 잘 몰라서 이번에 열심히 리서치한 거예요."


나는 이렇게 말하며 웃음 짓곤 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모두 동의하는 미소를 지으며 그림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또 반응이 좋았던 것은  <What a sweet life> 작품이었다. 우리의 인생은 무언가 하나씩 층이 더해지며 경험하는 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삶이 만들어진다. 이것을 케이크 일러스트에 색이 하나씩 더해지는 형태로 표현하였다. Love(사랑), Happiness(행복), Pain(고통), Trip(여행), Choice(선택) 순서로 하나씩 색이 더해지는 일러스트 작품이다. 그리고 모든 색의 조합은 'What a sweet life'의 문구와 함께 다채로운 색의 케이크 일러스트로 완성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의 모든 삶의 경험이 쌓여 결국엔 '이 얼마나 달콤한 인생이지 않나'를 표현한 작품이다.


나는 플리마켓을 할 때 이 6개의 케이크 일러스트 작품 앞에 이렇게 문구를 써 놓았다.


'당신의 인생 컬러는 무엇인가요?'





이 문구를 본 사람들은 저마다 재밌는 대답을 하였다.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온 사람들은 서로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네 인생 컬러가 뭐인 것 같아?"

"나는 'Pain(고통)'! 그렇지만 나는 'Happiness(행복)'를 살 거야."


"나는 'love(사랑)'지! 당연히."

"정말? 나는 여행인데."





이 외에도 내가 작업하는 작품에는 모두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실 바리바리 짐을 싸서 플리마켓에 가는 것이 조금 힘들었지만, 그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영감과 에너지가 있기에 꾸준히 참여하였다.


그런데 호주로 돌아오면서 나는 거의 재택근무를 하였고 이런 활동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에 아티스트 마켓을 다녀오고 나서 다시 그때의 에너지가 떠오르며 호주에서도 도전해봐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마냥 삶이 새로울 순 없지만 작은 자극과 새로운 경험은 삶을 조금 덜 밋밋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호주에서 뭔가를 시작한다는 건 항상 어렵게 느껴진다.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호주 대학교에 입학하고 들은 첫 수업은 잊을 수가 없다. 수업을 따라가기가 너무 어려워서 과연 내가 무사히 졸업할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이 내 마음속 무거운 덩어리로 덜컹 내려앉았다. 그러나 처음 우려와는 달리 좋은 성적으로 무사히 졸업하였다.


한국에서도 뭐든 시작할 때는 항상 어려움과 힘든 점이 있었다. 그런데 호주에서 영주권도 없이 외국인 신분으로 새로운 걸 시작한다는 건 더욱 나를 캄캄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항상 시작만 어려운 법이다. 적어도 이제는 시작의 문을 두드리고 나면 그다음은 괜찮아진다는 걸 알고 있다.





현재 호주는 겨울이라 5시만 되도 어두컴컴해진다. 날씨는 춥고 하늘은 흐리고 비가 거의 매일 온다. 주말이 되면 늘어지기 쉽겠지만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것을 보고 관찰하면 영감을 얻게 된다. 작가이기에 이런 경험이 꼭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소소하지만 색다른 경험은 우리 모두의 삶에 중요하게 적용한다. 나이가 들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많아지면 삶의 밋밋한 부분이 점점 크게 느껴진다. 마냥 삶이 새로울 순 없지만 작은 자극과 새로운 경험은 삶을 조금 덜 밋밋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한국에도 주말마다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주말에는 플리마켓이 열리고 무료 관람이 가능한 미술관과 박물관도 많으며 지역 축제 또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주말에는 조금 뒹굴뒹굴하고 싶겠지만 덜 단조로운 삶을 만들기 위해 이번 주말에는 새롭게 뭘 할지 찾아보면 어떨까.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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