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비밀 공간.
문 턱이 높지 않아요.
들어오세요.
당신 얼굴 위에
위태로이 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그늘을
아주 가뿐히 걷어줄 이곳으로.
- Secret Garden
/
[ © 여울LEE / Secret Garden을 만난 폴 ]
폴은 오늘따라 유난히 분주하고도, 숨 가빴던
하루를 보냈다. 변화 없이 일관적인 폴의
무표정이 그 정도와 깊이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보여주고 있었다.
“후, 숨을 뱉어 보자. 나아질 거야. “
몇 번의 크고 작은 숨 고르기를 해봤지만
억지로는 풀어지지 않던 가슴 한 편에
쌓인 답답함에 폴은, 자꾸만 바닥을 향해
자신이 녹아내림을 느꼈다.
터벅, 터벅.
걷고. 걷고. 걷다 보니
여기. 이곳은.
폴은 힘 없이 쳐져있었던 눈꺼풀을 올려
앞을 향해 목적 없는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이내
두렵지 않은 기분이
묘하게 편안함을 주는 곳을 만났다.
| •• Secret Garden •• |
[ © 여울LEE / 문을 열고 들어가는 폴 ]
폴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한 발짝씩 나아갔다.
어딘가 비밀이 가득한 그 공간으로.
[ © 여울LEE / Secret Garden의 풍경 ]
갑자기 폴의 두 눈동자에서 아이처럼
맑은 빛들이 반짝이며 뿜어져 나왔다.
그 공간엔 폴이 어릴 때 좋아했었던 커다란
곰인형과 게임기, 블록 등과 같은 장난감들이
마치 폴을 기다려온 듯
반갑게 자리하고 있었다.
“난 너희들이 정말 보고 싶었고, 그리웠었어! “
그 시절, 그 소년이 장난감들 앞에 앉아
상냥하게 인사를 전했다.
“음, 저기.”
재회의 기쁨으로 즐거워하던 폴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폴은 어리둥절하게
말이 흘러나왔던 곳을 향해 쳐다봤다.
보라색의 풍성한 머리숱을 지닌
한 여자가 보였다. 폴은 그녀에게 대답했다.
“저.. 저한테 말을 건넨 건가요?”
“네. 폴. 당신에게 말한 거예요.”
그녀는 폴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 © 여울LEE / 비밀의 소원볼을 열어보자! ]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는 폴을 향해
예쁜 표정으로 온화하게 방긋 웃어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폴. 당신이 올 줄 알고 있었어요. 저 장난감
친구들 또한 믿고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
폴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장난감들에게
따뜻한 미소로 인사를 전했다.
“저는 당신의 공간인, 이 Secret Garden을
지켜주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표정을
보아하니, 답답함의 무게를 견디기 벅차
보이는군요. 이럴 땐 이게 최고죠! “
라고 말하던 그녀는.
옆에 있던 커다란 빨간 뽑기 기계를 가리켰다.
“기회는 단 한 번! 단 하나의 소원볼만
뽑을 수 있어요. 폴의 온 마음을 손 끝에 담아
버튼을 돌려보세요. “
폴은 그녀의 말을 듣곤, 잠시 눈을 감은 채
자신이 갈망하던 희망을 생각했다.
그리고 버튼을 눌렀다.
또르륵! 데구루루.
기계에서 나온 소원볼은 어딘가
영롱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강렬하게 반짝였다.
폴은 조심스레 소원볼을 열었다.
소원볼엔 이런 문구가 적힌 종이가
들어있었다.
“당신의 소원 한 가지를 빌어보세요. “
[ © 여울LEE / 이루어지리라, 그대의 그 소원 ]
폴은 소원볼에 적힌 문구를 바라보며
연신 행복한 웃음을 터뜨렸다.
답답함으로 그늘졌었던 마음을 홀가분하게
바꿔달라고 할지, 언제나 품고 있었던
꿈에 대한 소원을 빌어볼지.
상상만으로도 이미 폴의 얼굴엔
그늘이 점차 사라져 갔고.
비 온 뒤 뜨는 무지개와 같은 맑음이
편안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하! 어떤 소원을 빌어볼까! “
.
.
/ 이번화에서는 우리 내면에 있는 ‘도피처’에
대한 내용을 주인공 폴의 이야기에 빗대어
담아봤습니다.
좋아하는 것들과 편안함을 주는 공간에서
온전하게 쉬어주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에너지가 가득 채워지곤 하죠.
특히, 내용에 나오는 시크릿 가든은
폴이 언제나 일상이 힘들 때면 찾아가는
자신 안의 비밀 공간이었고.
자신이 좋아하거나, 좋아했던 물건들은
긴장 혹은 불안, 답답함을 느슨하게 풀어주며
‘안심’을 느끼게 해주는 장치였습니다.
그리고 소원볼은 새로운 내딛음을 향한
기운을 재생시켜 주는 심적 보상과도 같은
의미의 장치였답니다.
그 누구에게나 그렇듯
우리 내면 안에는, 언제든 들어가 쉴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담아 본
이야기였습니다.
+ 이사로 인해 업로드가 많이 늦었습니다ㅠㅠ!
이제 정리가 거의 끝나서, 다시 전처럼
열심히 그리고, 삽화와 함께 매주 업로드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에서 또 만나겠습니다. (ꔷ̥̑.̮ꔷ̥̑)!!
[ 오늘의 삽화 ] Secret Garden _ 소원볼
© 여울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