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가을에 물들어 있어, 나와 함께.
불어오는 가을바람,
밀려오는 너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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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울LEE / 가을, 불어오는 기억 ]
어느 정도의 냉기를 머금은 바람이
아침을 서늘하게 깨우는 가을이 왔어.
눈썹 사이사이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숨결이 선명하게 느껴질 때면.
그 가을 속에, 붉게 물들도록 머물렀었던
너와 내가 떠올라.
순간 올려다보는 가을 하늘은,
괜스레 어딘가 아련해 보여.
[ ⓒ 여울LEE / 가방 속, 남아있는 기억은. ]
헤드셋 속에서, 낯설지 않게 익숙한
너를 꺼내주는 음악들이 흘러나왔어.
함께 듣고, 함께 흥얼거렸었던 그때의 음악들은
우리가 지나 온 시간들만 멈춘 듯
여전히 그대로였단 사실에 놀랍기도 했지.
그러다 나는, 너도 이 노래들처럼 온전히
그 시간에 있을 것만 같아서.
내 가방 속에 손을 넣은 채, 추억을 뒤적여봐.
"여기 있었네.
안녕, 너의 가을."
[ ⓒ 여울LEE / 기억의 선명함, 낙엽과 노래 ]
즐겨 듣던 노래가 추억과 쏟아져 나오던 사이,
갑자기 소리 없는 아름다움이 내려앉았어.
"이건......"
금방이라도 으스러질 듯 바짝 말라있었지만,
길 어디선가 네가 사랑스럽게
주워줬었던.
그 가을 낙엽이었어.
나는 낙엽을 주워, 과거의 시간이 쌓인
먼지를 후후- 불어 털어냈고.
너를 데려가듯 조심스레
낙엽을 품에 넣었지.
마치, 네가 내 곁에 머무르던 때처럼.
[ ⓒ 여울LEE / 돌아올 가을에게, 안녕. ]
금방 지나갈 가을이 기꺼이 멈춰 서서,
내 안에 곤히 잠들어있던 너를
일깨워줬어. 아주 부드럽게 말이야.
흔들리는 바람 따라 그렇게,
너도 한참을 나와 함께 일렁였지.
이번의 가을을 기억하려고.
미세하지만 또 한 번의 기억을 새기려고.
다음 가을이 올 때까지
고요하고 아늑하게.
지금의 가을에 물들어 있자.
그렇게 물들어 있자.
/ 이번화에서는 어느새 다가온 '가을'을 느끼며
떠오른 내용들로 담아봤습니다.
요즘 아침 바람이 갑자기 서늘해지길래
"아, 가을이 왔구나." 하고
계절의 순환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나날입니다.
특히나 순간, 순간을 기억하고 추억하기에
황홀해지는 이 계절이 다가온 것에
괜히 설레고, 기쁜 마음이 들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이번 글에선, '너'라는 장치에
'과거의 나' 혹은 '기억 속 어떤 인물'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아봤습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제 개인적으로는 두 개의 의미 모두
스며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가을을 맞이하며,
어떤 감정과 기억이 떠오르나요?(๑'ᵕ'๑)⸝*
다음화에서 또 만나겠습니다. ✧⁺⸜(●′▾‵●)⸝⁺✧
[ 오늘의 삽화 ] 가을 기억
ⓒ 여울LEE
+ 그림 제작 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