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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여유 Mar 01. 2023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난 적 있나요

닮은 사람을 찾는 방법, MBTI

 

“여기에 당신 닮은 사람이 나와”


취향이 비슷한 남편과 나는 함께 드라마 보기를 즐긴다.

어느 날 남편이 나와 비슷한 사람이 나온다며 같이 보기를 청하였다.


‘도대체 누구길래 그래…?  흠, 설마 그래도 아저씨는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무엇이 닮았을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작품에서 청순하고 선한 인상의 여배우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다.


'앗 이렇게 예쁜 여배우를? 근데 나랑 너무 다른데?'


안도와 함께 도대체 뭐가 닮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어 물었다.


“에이 뭐야~ 나랑 얼굴 완전히 다르잖아! 

솔직히 말해봐 나 놀리는 거야?”


남편을 타박하자

남편은,


“아니야, 얼굴은 다르지만(!) 분위기가 정말 닮았어.  

순수하고 선한 모습 말이야. 대학생 때 딱 저랬다니까!"



남편의 말에 나는 흠칫 놀랐다.

대학 시절의 나를 굉장히 미화해서 생각하고 있구나 싶어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후훗, 아마도 복학생 오빠 눈엔 까마득히 어린 후배가 그렇게 보였겠지.



우리는 드라마 전편을 다 보았고, 나는 남편이 말했던 ‘닮았다’라고 생각한 포인트를 알 수 있었다.

배우의 어투와 대사, 몸짓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 분위기, 성향이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었다. 

그때부터 작품 속 ‘송아’라는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본인처럼 소화했던 ‘박은빈' 배우가 왠지 모르게 호감 가는 사람으로 내 마음속에 남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우연히 유퀴즈에 박은빈 배우가 출연한 것을 보았고 그녀의 mbti가 나와 같은 INFP라는 것에 깜짝 놀랐다.



그녀가 나와 비슷한 성향이어서 내가 호감을 느꼈던 걸까?






우리는 닮은 사람에게 끌린다



독일 심리학자인 폴커 키츠와 마누엘 투슈(Volker Kitz & Manuel Tusch)는 그들의 저서인 '마음의 법칙'에서 사회적 호모가미에 대해 언급한다. 사회적 호모가미란 닮은 사람에게 끌리는 일반적인 현상 말한다. 결국 우리가 닮은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이성 간의 관계뿐 아니라 친구나 동료, 이웃 등 사회적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을 말한다. 



또한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수이자 심리학자인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는 그의 저서 '설득의 심리학'에서 유사성의 원리에 대해 언급한다. 유사성의 원리는 나와 상대의 어떤 특성이 닮았다고 느끼는 경우, 즉 상대에게 유사성을 발견하게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호감도가 급상승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상대와의 대화에서 나와 공통점을 발견할 때 친근감을 느낀다. 예를 들어,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거나 예전에 같은 동네에 살았다거나 좋아하는 음악 취향이 같다거나 하는 사소한 것들 말이다. 둘 사이의 교집합은 대화의 소재가 되어주기도 하고 내적 친밀감을 형성하는 연결고리가 되어주기도 한다. 사람은 익숙함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닮은 사람을 찾는 방법  : MBTI


나와 성향이 비슷한 사람을 찾는 제일 대중적인 방법은 MBTI가 아닐까 싶다. 

내가 처음 MBTI 검사를 했던 시기는 대학 교직원으로 근무할 때였다. 방학 때마다 열리던 직원 워크숍에서 전 직원의 MBTI 검사를 실시했다.



MBTI의 결과를 분석할 때 1차적으로 아래와 같이 분류할 수 있다. 


E : 외향형    I : 내향형

S : 감각적   N : 직관적

T : 사고      F :  감정

J :  판단     P :  인식


MBTI의 4가지 선호 지표
(Myers, Kirby, & Myers, 1998)



모두 진지하게 검사에 참여했고 잠시 뒤 놀라운 검사 결과가 나왔다.


전 직원의 70%가 ESTJ와 ISTJ였다.


결국 개인의 에너지 성향인 E와 I를 제외하고는 모두 STJ가 공통적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STJ는 보통 정확한 판단과 분석,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일 처리, 계획 수립과 규칙의 이행을 중시한다고 알려져 있다. 행정 업무를 하는데 꼭 필요한 역량들이다. 직원을 선발할 때 MBTI 검사를 해서 선발한 것도 아닌데 학교 행정 업무에 잘 맞는 성향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는 것에 모두 놀라워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30%인 사람들은 어땠을까?


STJ 중 하나라도 가지고 있거나 모두 NFP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중 한 명이었고 진행자님은 모두를 향해 말했다.


"이분들께 크게 박수 쳐주세요!"


NFP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삭막한 도시에 생기를 주는 "공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하셨다.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공감 능력이 높은 NFP 성향의 직원들은 자칫 경직될 수 있는 조직에 공기처럼 꼭 필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다


워크숍에서 MBTI 테스트를 했던 건 이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팀을 나눠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원래 계획대로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 위주로 팀을 이루게 되었고 A4용지 4장을 사용하여 그 어떤 도구도 없이  탑을 제일 높게 쌓기라는 미션을 받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성향 별로 탑의 크기도, 모양도, 높이도 달랐다는 점이다. 종이를 제일 작게 자르고 접어 높게 탑으로 만든 팀이 있는가 하면, 동그란 원뿔 기둥 형태로 탑을 만든 팀도 있었다.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진지하게 토의하는 팀이 있었고, 독창성에 초점을 두며 자유롭게 토의하는 팀도 있었다. 모두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하는 팀도 있었고 조용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팀도 있었다. 이 미션을 통해 모두가 알게 된 것은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모였을 때 더 좋은 아이디어와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안다. MBTI의 16가지 분류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이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중 나와 닮은 사람도 있지만 나와 전혀 다른 사람도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이루는 사회는 복잡하다. 이런 이유로 때로는 교류의 과정에서 갈등과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이 의미가 있는 것은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시선에만 매몰되지 않고 나와 다른 타인의 생각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발전할 수 있다. 

포용할 수 있는 성향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나와 닮은 사람이, 나를 닮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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