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약 복용 8개월, 어떻게 되었을까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약을 먹은지 벌써 8개월

by 여유
이제는 거의 80% 이상 회복되었다!


정신과 약은 아무래도 다른 내복약들에 비해 접근이 어렵기도 하고, 변화가 눈에 띄게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 무엇보다 '뇌'에 작용하는 약이라고 하니 우선 거부감부터 가지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처음엔 막상 먹으려고 하니 겁이 나기도 했지만 몸과 마음이 너무 피폐해져 있었어서 '에라 모르겠다, 지금보다 나쁘겠냐'라는 마음으로 먹었었다.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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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만족 대만족!

왜 나는 그동안 힘들게 살아왔을까?^^;;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감기는 약 안 먹으면 14일, 약 먹으면 2주 간다는 말. 결국 감기는 약 먹으나 안 먹으나 낫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똑같다는 것이다.

내 생각엔 대부분의 우울장애, 불안장애 같은 신경증도 똑같다. 약 먹으나 안 먹으나 다 나으려면 어쨌든 시간이 필요하다. (*정신증 제외)

그렇다면 약을 뭐 하러 먹느냐!

그건 바로 같은 시간을 '덜 고통스럽게'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시간도 줄여준다.)





정신과 약을 먹을지 말지 고민이신 분들을 위해, 지극히 개인적인 정신과 약 복용 8개월 차의 후기를 남겨보려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들)

정신과 약을 처음 접한 사람들, 그리고 8개월 전의 내가 주로 했던 걱정과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적어보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후기로, 나의 후기가 모든 환자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

*나의 병명은 우울장애, 범불안장애이다.

*내가 먹었던 약 이름이 궁금하시다면 이전 게시글 참고








Q. 정신과 약 먹으면 살찌나요?

A. 저는 안 찐 편입니다. 원체 저체중에 가까웠고, 한참 식욕부진이 심해서 오히려 살이 계속 빠져서 고민이었는데 약을 먹고 증상이 호전되니 정상적인 식사가 가능해져서 건강을 회복한 정도입니다. 원래 식욕이 많은 편이 아닌데 큰 변화도 없었습니다. (158cm에 41kg에서 44kg 정도로 조금 증량) 하지만 이것은 개인 마다, 약 마다 편차가 크니 주치의에게 꼭 물어봐주세요.



Q. 정신과 약 먹으면 머리 나빠지나요?

A. 처음엔 약간 멍한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건 그동안 머릿속을 가득 메우던 온갖 안 좋은 생각들, 쓸데없는 생각들이 사라지고 과도한 예민함이 누그러져서 생기는 느낌일 뿐, 실제로 지능이 나빠지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평생 어지러운 머릿속으로 살아왔으니 정돈된 머릿속이 낯설 수밖에요. 오히려 마음이 편해져서 집중해야 될 것에만 집중이 가능해 능률이 올라간 느낌입니다. ('우울증약'이 아니라 '우울증'이 지능을 떨어트린다는 연구 결과는 있습니다.)



Q. 정신과 약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A.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의사선생님께서 상태가 좋아지면 감약하다가 단약도 해보자고 말씀하신 걸 보니 언젠가 단약할 것 같긴 합니다만, 평생 약을 먹어야 된다고 하실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아픔을 가지고 계시다면 약을 먹지 않고 사는 것이 더 위험한 일이 아닐까요??^^;; 평생 약을 먹으며 관리해야 되는 질병은 의외로 흔합니다. (ex. 당뇨, 고혈압 등) 이쪽 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듭니다. 일정 기간 복용 후 단약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지만, 만약 그럴 수 없다 해도 그냥 약 좀 먹으면서 덜 고통스럽게 인생을 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정신과 진료기록 있으면 취업에 불이익 없나요?

A. 기업 관계자들은 지원자의 의료기록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굳이 먼저 밝히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없습니다만, 소수의 직업은 특수성에 의해 지원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ex. 비행기 조종사) 만약 그런 직업을 희망하고 계시다면, 비용은 좀 더 들지만 심리상담센터 쪽을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Q. 정신과 진료 기록 있으면 보험 가입에 문제없나요?

A. 최근 법 개정으로 정신과 진료기록으로 보험 가입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변경됐다고 듣긴 했는데, 사망보험은 예외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확인 필요) 만약 정 불안하시다면 보험을 먼저 들고 정신과 진료를 받으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Q. 정신과 약 부작용이 걱정돼요

A.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대부분 소화불량이나 졸음 정도로 경미한 증상입니다. 그 또한 투약을 중단하면 거의 바로 사라집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모든 약은 전부 오랜 기간 임상을 거쳐 안전성이 확인된 약들입니다. (ㅋㄹㄴ백신보다 정신과약이 더 안전할걸요?ㅎ..)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특정 알레르기를 갖고 계시거나 특이 체질이신 경우 진료 시 꼭 주치의에게 말씀해 주세요.



Q. 정신과 약 부작용 중에 자살시도가 있던데요

A. 평소에는 무기력, 무의욕 등으로 인해 억눌려있던 (자기 자신을 향한) 공격성이 약을 먹고 증상이 호전되자 표출되어 버린 것일 뿐, 약을 먹어서 그런 행위가 발생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신과에서 치료를 시작하고 한두 달 뒤가 가장 위험한 시기인 것은 맞습니다. 만약 본인 혹은 지인이 그러한 위험을 가지고 있다면, 치료 시작 후 최소 한두 달 동안은 누군가에게 양해를 구하고 매일 연락을 해달라는 식으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Q. 정신과 약에 중독 될까 봐 걱정돼요

A. 중독성이 있는 약물은 매우 흔합니다. 알코올(술), 담배도 많은 용량을 장기 복용할 경우, 그것을 복용하지 않았을 때 금단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중독성이 있는 약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술과 담배를 즐겨하지요? 한잔의 술, 한개비의 담배도 건강에는 안좋은 게 맞지만, 적정량만 지킨다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는 큰 문제는 없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적정량만 지켜 사용한다면, 술과 담배보다 훨씬 더 안전합니다. 이 부분이 많이 걱정되신다면, 여러 병원을 방문해 보신 뒤 최소한으로 약처방을 해주는 병원을 선택하여 진료를 받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Q. 정신과 약 금단증상이 걱정돼요

A. 우선 의존 증상과 금단 증상의 차이점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 의존 증상은 약 자체에 대한 의존보다는, 약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효과에 대한 의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 심각한 불면증일 때만 약을 먹어야 하는데 조금만 잠이 안 와도 그냥 약을 먹어버리고 싶어짐. 꼭 그 약이 아니어도 잠에 들게 해주는 거라면 뭐든 상관 없음.) 주로 효과가 나타나는데 최소 몇 주 이상이 걸리는 약보다는,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항불안제-벤조디아제핀 계열 같은 약에 많이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는 어느 정도 본인의 의지로 절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증상이 호전되면 약에 대한 의존도 자연스럽게 사라지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치료 초기에는 매일 항불안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했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도 거의 먹지 않습니다.


- 금단 증상은 약물에 맞춰져 있던 신체 내부 호르몬 등이 약복용 중단 등으로 인해 급격하게 변화할 경우 나타나게 되는데, 의존 증상과 다르게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약물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특히 많은 양의 약을 복용하고 있다가 갑자기 끊으면 금단증상이 생길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 쇼크 등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중독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약을 끊을 때에는 의사와 상담 후 반드시 단계적으로 조금씩 약의 용량을 줄여가며 몸이 적응할 시간을 주면서 끊어야 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경우 큰 금단 증상이 없이 단약이 가능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항우울제 단약 과정에서 금단 증상(심한 어지러움)이 있었는데, 긴 시간을 두고 천천히 복용량을 줄여갔고 마침내 단약에 성공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세번째 질문의 답변에서 적었던 것처럼, 약을 복용하지 않고 불행하게 사는 것보다 약을 복용하고 평온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마약성 진통제처럼 중독성이 강한 약이 아닌 이상,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여기까지, 정신과 약 복용 8개월 차의 리얼 후기를 남겨보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의 후기는 대표성이 없으며, 그냥 이런 사람도 있다~ 정도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그리고 위에도 남겼다시피, 어차피 먹어도 안먹어도 같은 시간을 견뎌야 한다면, 차라리 약 먹고 덜 고통스럽게 그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전 글에도 적은 것처럼, 어쩌면 행복도 다시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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