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38세에 첫 임심을 했다. 39세에 초산모였다. 그리고 41세에 둘째 임신, 42세에 경산모가 되었다.
나의 앞 스토리를 읽으신 분들은 이미 다 아시겠지만, 39세 초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자신 있게 외치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노산에 따른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 체력에 누구보다 자신 있었고, 임신 중에도 체력관리를 잘했다고 자부한다.
둘째도 원하는 그 순간 바로 가질 수 있었다. 그 사실이 어쩌면 나를 자만에 빠뜨리게 한지도 모르겠다. 첫째는 그래도 30대였으나 둘째는 40대로 앞자리가 훌쩍 바뀐 상황이었지만, 원하는 그때 바로 임신이 되었다는 사실에 나의 체력을 과신한 것 같다.
순조로웠던 첫째 임신 때와 달리, 둘째는 임신 25주부터 문제가 생겼다. 원인불명의 하혈이 있었고, 그걸 시작으로 나의 험난한 둘째 임신기가 시작되었다. 바로 입원을 권유하셨지만, 첫째 때부터 함께한 내 주치의는 매사 너무 조심스럽고 작은 일도 크게 다룬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첫째 때 아이가 너무 크다고, 머리가 크다고, 그러면 자연분만 못한다는 식의 걱정이 많으셨다. 37주에 유도분만을 권하며 그 당시 측정한 아이 몸무게는 이미 3.4kg였지만 실제 39주 4일째 태어난 우리 첫째는 유도분만을 권유받던 그 이후 2주나 더 지났음에도 3.2kg로 태어났고, 머리둘레도 작았다. 지금 5세인 우리 첫째, 영유아 검진을 하면 머리둘레는 하위 20%다. 이런 건 초음파 기계의 측정 오류로 치부할 수 있지만, 그 상담과정에서 주치의의 태도가 지나치게 조심스러웠고(위험에 대비해야 하고, 알릴 의무가 있으니 당연하다고 이해는 한다.) 부정적인 측면의 강조가 나를 불안에 떨게 했었다. 그때 초산이라 의사의 말에 100% 아니 200% 이상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둘째라고, 첫째의 경험이 있다고 의사 말을 100% 듣지 않았다. 아주 적은 양의 질출혈이었기에, 나이만으로 고위험 산모 취급하는 조심스러운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았다. 입원을 권유받던 그때 신랑은 타지방으로 출장을 가있었고, 첫째를 돌봐주시던 시어머니도 멀리 시골에 며칠 다니러 가 계신 상황이었다. 첫째를 케어할 사람이 없어 입원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또 약간의 이상이라도 있으면 바로 병 원오겠다며 보통 4주 텀으로 정기검진을 받았지만 다시 2주 후로 예약을 잡은 나는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그동안 아이가 정상 주수보다 1~2주 작다고 했다. 둘째는 다 그런 줄 알았다. 내 주변의 엄마들 대부분 첫째를 케어하다 보니 내 몸만 건사하던 첫째 임신 때와 달리 둘째 때는 훨씬 많이 움직여야 해서 보통 둘째가 더 작다고 했다. 2주 후 다시 병원을 찾은 나는 2주 전 입원권유를 무시한 죄를 받는 것처럼
"아이가 2주 동안 하나도 크지 않았습니다!"
라는 의사의 질타에 망연자실했다. 곧장 입원이었다. 각종 검사가 이어졌고 꼼짝도 말고 누워있으라는 지시와 함께 입원 준비도 못한 채 신랑에게 짐을 싸오라고 했다.
그래도 이때만 해도 며칠 정도만 입원하면 되겠지 생각했다. 회사에 내 연차 사용을 알렸다.
그렇게 시작된 내 입원 생활은 지겨웠고, 입원기간이 길어질수록 불안도 커져갔다. 매일 의사를 만나고 각종 검사를 하는데 나아지는 게 없었다. 한 3~4일? 길게는 1주일 정도 생각했던 내 입원 생활은 열흘 넘게 이어졌고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왜 각종 처치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가 나아지는 게 없냐 불만 섞인 걱정을 토로했다.
결국 11일 차.. 나는 대학병원으로 전원 하게 되었다.
양막 파열에 대한 언급이 없는 양수과소증, 상세불명의 분만 전 출혈, 분만 없는 조기진통, 의심되는 저체중아에 대한 산모관리 등의 진단을 달고 말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그건 체력이 받쳐줄때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