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는 새벽맘 May 20. 2021

나? 애국자!

40대에 출산하는 용기

내가 둘째를 가졌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이야~ 00 씨가 진짜 애국자네..!"


무려 40대의 내가, 아이가 없어 오매불망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도 아닌, 둘째의 임신 소식. 주변의 많은 분들이 나의 용기를 칭찬했고, 애국자라며 칭송해주었다. 칭송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좋은 일에 쓸데없는 의심을 끼워넣기 싫어 칭송이라 결론 내버렸다.


첫째 아이를 낳고 복직한 지 딱 1년 2개월 만에 둘째 임신 소식을 전했다. 39세에 초산, 40세에 복직했던지라 당연히 모두들 내가 첫째만 낳고 더 이상 자녀계획은 없는 줄 알았다. 사실 나도 그랬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내 인생에 아이는 최대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신랑, 평소 아이들을 사랑해마지 못하는

.

.

.


그런 성격도 아닌 양반이 아빠가 되고 변했다. 

첫째가 너무 예뻐 이런 이쁜 아이 한 명 더 놓자며 나를 꼬드겼다. 그것도 복직한 첫해, 봄에 복직했는데 여름부터 말이다. 콧방귀를 뀌어주었다. 말이냐고. 그런데 복직을 하고 첫째랑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도 첫째에 대한 사랑이 더 애틋해지긴 했다.


워킹맘 생활을 맨날 걱정하시던 친정 엄마마저 친정에 갈 때마다 

"애 하나는 너무 외로워서 안되는데.."

하셨다. 그나마 친정아버지는 현실을 고려하여

"우리 손녀 생각하면 동생 한 명 더 있어야 하는데, 우리 딸 생각하면 둘째 낳으라고도 못하겠고.."

하셨다. 40대 출산을 권장할 부모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복직한 다음 해 나는 41세가 되었다. 해를 넘겨 고민은 계속 이어졌다. 누군가 그랬다.

둘째는 낳기 전까지 고민한다고. 그 말인즉슨, 둘째를 낳아야 그 고민이 끝난다는..

정말 그랬다. 고민한다는 자체가 나도 둘째를 생각하고 있다는 거였다. 신랑에게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했지만 그동안 신랑의 말에 은연중에 설득당한 건지 어떤 건지, 엄마 아빠가 더 이상 이 세상에 함께 할 수 없을 때 그래도 혈육이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덜 외롭지 않을까 생각 때문인지.


그렇게 우리 부부는 햇수로 2년 동안 둘째에 대한 생각을 합치시키지 못하다가,  신랑의 한 마디에 의견 일치를 보았다.

"우리가 가지고 싶어도, 이미 나이가 너무 많아서 안 될 수도 있다. 시도해보고 안되면 하늘의 뜻이라 알고 우리 첫째 외동딸로 잘 키우자."

그래, 주변에 첫째는 잘 들어섰는데 둘째는 몇 년을 기다려도 안 생겨서 시험관을 시도하는 부부도 봤고, 우리가 가지자 말자 해서 되는 영역이 아닌 것이다. 그때가 4월이었는데 딱 6월까지, 상반기까지만 노력해보고 안되면 자녀계획은 한 명으로 확정하자 합의했다. 더 길게 시도하기엔 이미 내 나이가 너무 많은 터..!




예정보다 2주 빨리 태어난 우리 둘째는 1월생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4월에 시도하자마자 바로 우리 품에 온 것이다......!

둘째야, 엄마 아빠 품으로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구나..  엄마가 1년 중 가장 젊은 1월에 곁에 와줘서 고맙구나



40대에서 출산할 수 있는 용기를 준 우리 신랑과 첫째,

그래서 엄마를 애국자로 만들어 준 우리 둘째 많이 고맙고 사랑한다.^^

작가의 이전글 워킹맘에게 어울리는 라떼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