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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새벽맘 Aug 30. 2021

현명하게 부부싸움을 하려면

돌아서면 후회하게 되는 엄마 아빠의 싸움

부부싸움은 타이밍이라고 했다.

이 타이밍은 어쩜 이리도 잘 맞는지..! 이번에도 역시 타이밍 문제다.


목요일에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했다. 가뜩이나 긴장을 해서 하루를 보냈다. 금요일에.. 오 마이 갓.. 그날이 시작되었다. 세상만사가 다 귀찮았다. 그런데 어린이 집에서 막내 응가가 좋지 못하다고 했다. 밤에 막내가 미열이 나는 통에  새벽에 계속 체온 체크하느라 밤잠도 설쳤다. 토요일이 되었다. 환절기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알러지 비염이 발동되었다. 코 막혀서 머리가 아픈 건지, 화이자 백신 탓에 머리가 아픈 건지 알 수 없다. 잠도 못 잔 데다 이것저것 겹쳐 컨디션이 엉망이다.


신랑은 토요일 아침부터 친구 결혼식에 간단다. 와이프 몸상태가 이러니 대충 참석만 하고 빨리 오라고 했다. 10:30에 나가면서 2시쯤 오겠다고 했다.


둘째가 너무 껌딱지 시기인지라 하루 종일 내 몸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허리도 아프고 콧물에 재채기로 집에서까지 마스크를 쓰고 있으려니 여간 짜증 나는 게 아니다. 제발 약속 시간이 되어 바통터치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일단 잠이라도 제대로 자고 싶었다.


그런데.. 신랑이 귀가한 시간은.. 저녁 6:30..!!!

금요일부터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장 봐둔 것도 없어 토요일 집에 먹을게 하나도 없었다. 예전에 주로 인터넷 주문으로 신선식품 배송을 시켰다. 그렇게 하다 보니 배달 금액 맞추느라 필요 없는 식재료까지 사서 버려지는 음식물이 너무 많았다. 복직 후부터 토요일에 장 봐서 주말에 할 수 있는 음식만큼만 식재료를 샀다. 토요일 장 봐야 하는 날인데 신랑이 그 시간에 들어온 것이다. 아이들 먹일 음식은 겨우 있었지만(비상용으로 냉동해둔 소고기 볶음이 항상 대기 중이다) 냉동 음식 데워주는데 왜 그리 짜증이 나던지..!! 주말까지 이래야 하나 싶었다. 사실 내가 요리를 잘 못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한 건.. 주말에 오전부터 나가 저녁때가 다될 때까지 안 들어오고 있는 신랑에 대해 짜증이 분노로 치달았던 것이다.


신랑은 주말 대낮부터 한 잔 한 상태로 들어왔다. 꼴 보기 싫다. 아이들 저녁 먹이는 것부터 다 떠 맡기고 혼자 안방에 들어와 이불 덮고 침대에 누웠다.


아 놔…!!! 우리 막내 엄마 찾아 삼만리 울고 불고 난리다!! 결국 안방 문을 열고 달려 들어왔다. 내 손을 부여잡고 나가자고 난리다. ㅠ 신랑에게 소리 질렀다.

“막내 데리고 나가라고..!!!”

억지로 안겨 나간 막낸 거실에서 세상 서럽게 악 쓰며 울고 불고 안방 문을 두드린다. (두드리는 건지, 발로 차는 건지..). 잦아들기는커녕 더 커지는 막내 울음소리에 도저히 집에 누워있을 수가 없다. 대충 집히는 대로 옷 챙겨 입고 스카로 피신 왔다. 신랑 보기 싫어서. 평소 스카를 너무도 사랑하는 나이지만.. 이런 기분으로, 이런 컨디션으로 오고 싶은 곳은 아니다. 그런데 여기 말곤 갈 데가 없다. 토요일 다 저녁에 7시 넘어 혼자 친정 갈 수도 없고..


그냥 메고 나온 가방에 들어있던 책을 꺼내 읽는데.. 하필이면 ‘인성이 내 아이의 인생을 바꾼다’ 다..

하.. 안 그래도 19개월 우리 막내, 말 다 알아듣는데.. 엄마 옆에 있겠다는데 데리고 나가라고 소리쳤으니 얼마나 상처 받았을까..

세상 눈치 빠른 5세 큰 딸은 나 가방 메고 나갈 때

“엄마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하던데..

하.. 오늘 하루 내가 뿜어내던 그 부정적이고 짜증 내던 말투와 에너지..


신랑에게 화가 났을 뿐인데.. 난 이제 한 사람의 아내이기만 한 존재가 아님을.. 다시금 절실히 깨닫는다. 우리에겐 부부싸움이지만 아이들에겐 엄마 아빠의 싸움이다. 아이들 앞에선 아무리 신랑에게 화가 났더라도 화난 와이프 역할은 아이들 없을 때 해야 했었는데. 아이들 앞에선 엄마라는 정체성을 꽉 부여잡고 있어야 했는데.. 후회가 밀려든다.


돌아서면 후회하게 될 이놈의 부부싸움..!!! 정말 그만 하고 싶다..!!!!! 아니.. 그건 불가능할 테니.. 하더라도 현명하게 하고 싶다. 부부싸움으로 끝내야지 엄마 아빠의 싸움으로까지 보여주고 싶지 않다.


이번에 깨달았다. 부부싸움을 아예 안 하기는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빨리 화해하고 마무리 짓는 방법은.. 육아서를 읽는 것이다. 하필 가방에 들어있던 그 육아서 덕에 폭풍 후회와 반성을 하고 이번에는 빨리 화해했다. 법륜 스님이 항상 '내 탓이다~' 하라 하셨지만 사실 웬만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 아니고는 결코 쉬운 방법이 아니다. 그런데 육아서를 읽으면.. 엄마로서의 나의 지위와 우리 아이들이 받았을 충격, 상처에 현타가 온다. 부부싸움을 현명하게 하려면.. 다들 알고 있는 기본 중에 기본인 '아이들 안보는 곳에서', 그게 안되었다면.. '육아서를 읽는 것'이다.


집에 들어가면 꼭 우리 딸들에게 사과를 해야겠다.


세상에서 제일로 사랑하는 우리 딸들아. 미안하다. 엄마가 더 많이 노력할게. 정말 정말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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