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공감력
올해로 방년(?) 44세다. 실은 불혹을 훌쩍 넘어선 나이지만 마음만은 방년 20세이고 싶다.
마음만은 변치 않고 싶은데 내가 변했다.
내가.. 눈물이 많아졌다.
나는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눈물이 거의 없는 편이었다. 슬픈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잘 울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요즘 눈물이 많아졌다.
올해 이제 6세, 3세인 두 딸을 육아하면서 TV 볼 시간이 없다. 전략적(?)으로 집에 TV가 없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예능을 좋아하는 탓에 가끔 지하철 안에서나 설거지할 때 유튜브를 통해 재미있다고 소문난 프로그램들의 짤을 보기도 한다. 그러나 드라마는 한 번의 짤을 통해 볼 수 없는 만큼 긴 호흡의 드라마는 시간 관계상 의도적으로 잘 보지 않는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옷소매 붉은 끝동'이라는 드라마에 대한 예찬이 끊이지 않기에 그동안 열심히 한 (무엇을?) 나에게 주는 선물로 (역시나 유튜브 짤이지만) 정주행 했다.
헉.. 마지막 회.. 너무 슬프다..!!! 지하철 안에서 봤는데 이건 지하철 안에서 볼 영상이 아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ㅠㅠ 고객 푹 숙이고 어찌어찌 수습을 했다.
하.. 그냥 하던 대로 출퇴근 지하철에서는 책에 집중하자며 다음날부터는 책을 꺼내 들었다. 오랜만에 소설책을 가지고 왔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소설도 한 번 손에 잡으면 웬만해서 손에서 놓기가 힘들어 그동안 잘 안 읽었다. 그런데 그동안 너무 지식도서 위주로만 독서가 편향된 거 같아 오랜만에 무려 1년 전에 사두고 안 읽은 소설책을 가지고 왔다.
헉.. 그런데.. 아이가 납치 살해된 아픔을 간직한 아버지의 거대한 슬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었다. 종교적 관점(기독교)에서 치유를 받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소설인데 아이를 잃은 슬픔에 관해, 결국 그 슬픔을 극복해내지만 그 사실 자체가 너무 슬펐다.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치유 과정의 감동에 가 닿기도 전에 그냥 시작부터 슬퍼서 눈물이 쏟아졌다. 이 부모는, 이 가족들의 슬픔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먹먹함이 나를 휘감았다. 아.. 놔.. 이 책 또한 지하철 안에서 읽을 책이 아니다.. 다음 날 새벽 기상을 해서 쭉쭉쭉 읽어나갔다. 결국 그날 퉁퉁 부은 눈으로 출근했고.. 하루 종일 안구건조증에 시달렸다.
다음날 원래 패턴대로 내가 좋아하는 자기 계발서를 들고 지하철을 탔다.
아.. 나.. 뭐지.. 왜 이러지..?
'엄마를 위한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인데 작가의 출산 경험, 아이에게 상처를 준 이야기,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상처에 또 눈물이 났다..!!! 이건 자기 계발서란 말이야..! 도대체 요즘 왜 이러는 거야..?!
마음은 방년 20세이고 싶은데, 실제는 불혹 44세라.. 갱년기가 온 것인가..???ㅠㅠ
아니다.. 내가 이 한 편의 드라마, 두 편의 책 내용을 분석한 결과.. 모두 부모의 마음에 완전히 몰입하여 보고 읽고 느낀 것이다. 눈물이 많아진 건, 갱년기라 그런 게 아니라.. 엄마가 되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면서 공감력이 폭풍처럼 늘어서, 그 덕분인 걸로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