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에 만난 첫사랑

첫사랑의 열병

by 빛나는 새벽맘

사실 나는 조카 외엔 아이들을 그렇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우리 신랑도 단출한 집안에서 자라 주변에 어린아이들이 없어 우리 조카들도 잘 다루지 못하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나이 들어 결혼하면서 신부의 나이 많음이 걱정되었던지 우리 신랑은 장남임에도 ‘나는 당신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으니 혹 아이가 잘 생기지 않더라도 거기에 너무 스트레스받으며 살지 말자’며 쿨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결혼 후 바로 건강검진과 몸 관리 6개월 정도 하자 계획하고 있었는데 웬걸.. 결혼 한 달 후 바로 우리 첫째가 내게로 왔다. 그땐 우리 신랑도 믿지 못해 “농담하는 거 아냐?” 했었다. 어쨌든 39세에 나는 내 첫사랑, 우리 딸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임신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나는 내가 '내 첫사랑은 우리 딸이다!' 말하게 될 줄은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출산 직후 내 딸을 품에 안았을 때 그렇게 눈물이 났다. 분만실에 누워 아이를 안고 소리 내서 펑펑 울 정도로 환희에 찬 기쁨의 눈물이었다. 너무 기쁘면 눈물이 난다더니 난생처음 그 기분, 그 느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첫사랑은 뜨겁게 시작된 것이다.


39세나 되는 철없는 엄마는 조리원에서부터 유별난 첫사랑의 열병을 앓았다. 수유시간에만 만날 수 있는 우리 딸. 그래서 밤중 수유도 하겠다니 조리원 선생님들이 “산모님, 조리원에 계신 동안만이라도 쉬세요.”라며 만류했다. 낮 시간 동안에도 수유시간이 조금이라도 지나면 수유 콜이 없어도 먼저 찾아갔다. 신생아실에서 아기 울음소리라도 들리면 기가 막히게 우리 딸 울음소리를 알아채고 달려갔다. 그럼 정말 백발백중 우리 딸이 맞을 정도로 나는 조리원에서부터 소문난 유별난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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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내가 이럴 줄 몰랐는데, 나는 아이에 대한 욕심이 크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다. 사실.. 태어나기 전 입체 초음파 사진으로 본 내 딸.. ‘왜 이렇게 못생겼지?’ 하며 걱정할 정도였는데.. 태어나 만나고 보니 그 못생긴 신생아도 내 눈에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먼저 아이를 키워본 적이 있는 둘째, 셋째 엄마들이 나더러 "보통 백일쯤 되어야 엄마도 알아보고 눈 마주치고 웃고 하면 예쁘지 이렇게 신생아 땐 예쁜 줄 모르는데 언니 진짜 특이하다" 했었다.


그렇게 내게로 온 내 첫사랑. 내 첫사랑은 내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소소하게는 ‘고슴도치도 제 새끼 함함다고 한다’는 옛 속담들이 하나같이 다 진리임을 깨닫게 해 주었고, 우리 부모님의 사랑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감사하게 해 주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심은 육아서를 독파하기 시작하면서 내게 자연스럽게 독서 습관을 선물해주었고, 육아휴직 후 돌아간 회사에서는 ‘엄마 되고 나서 진짜 철들었다.’라는 평가를 받게 했다.


신랑에겐 미안하지만 난 그동안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이야기한다. 내가 엄마가 되고, 내 딸을 만난 순간..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벅찬 감정.. 이런 게 진정한 사랑이구나 느꼈다. 남녀 간의 사랑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경험상.. 모성애는 그 어떤 사랑보다 크고 깊다. 그래서 내 인생의 첫사랑은 내게 엄마가 되게 해준 우리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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