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있어도 나의 하루는 계속 돼야 한다(5)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

by 지하루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설레고 두근거리는 일이지만, 지금 현재 우리의 입장에서 새로운 일이란 다른 세상의 일과도 같다.


운동을 시작한다는 것,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 새로운 곳을 간다는 것 등등 사람들은 우리 같은 사람일수록

새로운 일을 해보라고 추천을 하지만 우리가 더 그런 일이 어려운 것은

현실의 지금 우리는 벼랑 끝의 미래 없는 아슬아슬한 상태로 서있는 것과 같은데,

새로운 시작 미래와도 같은 일을 꿈꾸는듯한 ‘시작’ 이란 것을 하라는 것은 너무나도 과분하고 괴리감이 느껴지는 일이다.


힘이 없어서 에너지가 없어서 시작을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 선뜻 ‘내가?’하는 생각 때문에 시작을 못하는 마음도 반 이상이 되는 것 같다.

그려지지 않는 미래.

당장 내일 없는 미래 앞에 내일을 위한 일을 한다는 것이 스스로 어불성설로 느껴지면서 뭔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혼동 속의 그 느낌.

혼란한 그 느낌.

시작을 하려고 하다가도 망설여지게 되고 막상 시작하기 어려워지게 되는 망설여지게 되는 ‘이게 맞나?’ 하는 그 기분.


나라는 사람은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미래를 위해 앞으로를 향해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오는 괴리감일 수도 있겠다.

나는 어디를 보고 살고 있는 걸까.

아직은 그냥 살고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걸까.


가끔은 그냥 눈을 감은채 세상에 우둑커니 아니 가끔은 그냥 주저앉아 버티기만 하는 거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러려고 사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그래도 괜찮다는 말은 더 이상 위로가 되지도 않고 나도 눈을 떠 세상을 바라보고 싶고 바라봐야 한다는 건 아는데

도무지 쉽지가 않다.


눈을 떠 바라보는 것이라곤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게 되고 그 순간이 가장 평화롭다.

비를 맞으면서도 눈을 맞으면서도 멍하니 바라보는 하늘이란 생각보다 참으로 고요하다.

그저 흘러간다. 나도 그렇게 그저 흘러간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도 되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세상이라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는 세상이라 다시 나는 오늘도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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