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에 대하여
일과 쉼에 있어서 쉼의 의미란 매우 중요하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런데 우울증 환자의 머리는 쉬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실제로 내가 병원을 다닐 때도 차라리 일을 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을 권유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정상적으로 일을 감당하기에는 얼마나 취약한가.
거지 같은 뇌와 몸뚱이.
스스로를 너무 탓하지 말라지만 이런 지경인 나를 어떻게 탓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저 잘 견디고 있는 자신을 칭찬하라는데
우울증의 특권 같아서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이들은 내가 이 정도로 살아있어 주는 게 고마울까?
왜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물론 자기 환자로 온 사람을 고치지 못해서 경찰 수사가 오면 죄책감은 들겠지.
그런 방면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아니다.
그러니 극단적인 선택을 한 번만 더하면 환자 거부도 하는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꽤 가식적이란 기분이 들어 진료를 볼 때 기분이 썩 좋지 않지만 잠을 자기 위해 다른 방법이 없어 병원은 찾는다.
쉬는 건 쉬는 거대로 불안하고 일은 일을 하는 대로 의욕이 생기지 않고 내가 우울증인 게 들킬까 두렵고
마우스 하나에 손 올리는 것도 천근만근에 모니터 쳐다보고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온 우주의 기운을 끌어 모아야 겨우 가능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병원에서 말한 대로 그저 출퇴근을 하는 거에 의의를 두고서 출퇴근만 하면서
월급 도둑질을 할 수는 없는터 나도 밥값은 해야 하는데, 그런 회사가 얼마나 되냔 말이다.
쉬는 것도 내가 연금복권 로또에 당첨돼서 돈이 따박따박 나오거나 쌓여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하고
차라리 상해같이 다쳐서 입원이라도 하면 보험금이라도 나온다지.
참 쉬기도 나 스스로도 불안감이 높아 어려운데 생활적으로도 불안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어려운 병이다.
우린 그런 병을 앓고 있다.
너무 괴롭고 어려운 병이다.
쉬면서 가장 괴로운 건 쉬기 때문에 높아진 불안감 때문에 가까운 사람과 싸우기도 쉽고
가장 중요한 나 자신과 싸우기 너무 쉬워진다.
빈 시간 내내 나 자신과 싸움이 시작되어 계속된다.
그래서 계속 자고 싶어지고, 먹고 싶어지고, 사고 싶어지고, 상처 내고 싶어진다.
뭘 해도 아파진다.
내 정신도 몸도 아파진다.
당신이 우울하다면 우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다.
나도 지금 그렇게 싸우고 있다.
혼자만 그렇게 싸우고 있는 게 아니다.
이상한 게 아니라 아프면 그렇다더라.
그게 아프다는 증거라더라.
아파서 그런 거라고 오늘 하루는 이해해 줄 수 없을까?
그러면 조금은 아픈 하루를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내일 아침은 조금 덜 아프게 일어나 볼 수 있지 않을까?
당신도 나도 내일 아침은 조금 편안하게 눈 뜰 수 있기를.
같은 아침을 맞이하기를.
어제는 좀 잘 잤다고.
다행이라고.
인사 나누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