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꼬박꼬박 한 번씩 정신과를 방문하던 나는, 처음으로 예약일을 어기고 일주일하고도 4일 더 있다가 병원을 방문했다(현재 나는 불안장애와 강박증으로 정신과약을 복용하고 있다). 의사 선생님은 왜 약속한 날에 오지 않았느냐며,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걱정했다고 콧등을 찡긋거리며 말씀하셨다. 나는 그게 아니라, 본가에 있던 강아지를 자취집에 열흘간 데리고 있었는데, 강아지가 분리불안이 심해 그간 병원에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며, 그래서 기분은 괜찮느냐며 질문을 건네셨다.
나는 두 손을 모으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강아지 덕분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며, 데리고 있는 동안 강박증상도 많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선생님은 두 눈을 예리하게 뜨시더니, ‘그건 진짜 근거가 있는 소리’라며 말문을 떼셨다. 원래 인간의 수정란이 배엽을 형성할 때 피부세포와 뇌세포가 같은 배엽에 있다가 분리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그래서 스킨십을 많이 하면 불안감과 두려움, 생각이 줄어들고 강박증세와 치매에도 효과가 있다고. 치매 초기 어르신들이 고양이를 키우면 치매증상이 훨씬 나아지는 이유도 그와 같다고. 실제로 나는 강아지랑 있는 동안 강박증상 중 하나인, 아무 의미 없는 단어나 구절이 머릿속에 툭툭 떠오르는 증상이 많이 줄어 머릿속과 마음이 고요했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그랬다. 한밤중에 악몽에 시달려 땀을 흠뻑 흘리며 발작하듯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내 옆에 있는 나의 사랑하는 반려견의 등에 몸을 붙이고 아이의 숨결을 느꼈다. 일정하게 오르내리는 가슴팍과 따뜻한 체온이 그렇게 안정감을 줄 수가 없었다. 나는 아이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털에 코를 박고 그의 발바닥을 살며시 쥐어 보았다. 잠시 움찔 거리다가 다시 쌔근쌔근 자는 그 모습이, 체온이, 숨결이 내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위안을 주었다. 나는 그렇게 아이를 뒤에서 꼭 껴안은 채 다시 잠이 들었고, 아침까지 푹 잘 수 있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있는 동안, 나는 아침부터 밤까지 그의 비단결 같은 털을 쓰다듬으며 머리에 입 맞추어 주었고, 사랑한다고, 우리 프리(우리 강아지 이름이다) 너무 예쁘다고 속삭여 주었다. 아이를 볼 때마다 내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근심과 불안에 빠질 겨를이 없었다. 물론 반려동물과 함께 한다고 해서 강박증과 불안장애가 씻은 듯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불안한 순간들이 있었고, 반복되는 생각에 머리가 어지러웠을 때가 존재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아이의 등허리를 쓰다듬고 있을 때면 그 모든 생각들을 한쪽으로 눌러버리고, 다만 옅은 미소를 띠운 채 눈을 느리게 깜빡거릴 수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의 까만 눈동자와 보드라운 털과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의 따뜻한 체온이, 부피를 잔뜩 키운 나의 생각과 불안을 납작하게 눌러버린 것이다.
흔히 예민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불안감을 많이 느끼고, 생각이 많으며 외부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쩌면 나처럼 강박증세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그런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은 단순히 가족이나 친구일 뿐 아니라, 어쩌면 약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때로는 두통을 없애주는 타이레놀, 때로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어떨 때는 수면제. 그들과의 따뜻하고 애정 어린 스킨십이, 누군가에게 더할 나위 없는 위로와 안정을 전해줄 것이다. 단순히 심리적인 요인이 아니라, 우리 뇌에 영향을 미치는 과학적인 이유에 근거하여.
반려동물은 단순히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부차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누군가를 치료하고, 소생시키며, 다시 일어서게 만든다. 살아갈 이유가 되어준다. 그러므로 나는 항상 꿈꿔왔다. 훗날 가정을 이루고 환경이 안정되었을 때, 조그마하고 발랄한 생물체가 우리 가족 옆에 있는 모습을. 나는 늘 그런 미래를 그려왔다. 그런 이유로, 당신들도 체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잠이 안 올 때, 빠져 나올 수 없는 우울에 허덕이고 있을 때, 그 보드랍고 따뜻한 생물체가 전해주는 더할 나위 없는 안정감과 위로를, 모든 생각을 납작하게 만들어버리는 그 능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