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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리 Oct 15. 2020

외국어를 이해한다는 건 그만큼 내 세계가 확장된다는 것

또 하나의 언어를 이해한다는 건

그만큼 나의 세계가 넓어진다는 것.


노래와 문학을 통해 가사와 문장을 음미하고

그만큼 감수성도 더 깊어지고 풍부해진다.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도 커진다.


내가 앞으로 향유할 수 있는 것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좋은 문장과 노래가

그만큼 더 많이 숨어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외국어를 이해한다는 건

너무나 매력적이다.   



2015년 9월 1일 화요일


새삼 느꼈다.

사람은 맛에 지배당한다.


WONDA 모닝 샷 캔커피 (출처: 야후 재팬 이미지)




WONDA 모닝 샷 캔커피를 한 모금 들이마시니

신기하게도 그때의 감각이 되살아 오는 것처럼

내 몸 안의 세포들이 반응하는 것 같다.


더 오래전

일본에 살았을 때의 기억도.

일본 자판기에서 뽑아 먹었던, 일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일본 캔커피의 진한 향과 맛..


나라는 사람은

일본어를 만나기 전과 후로 극명하게 나뉘는 것 같다.

성격도 태도도 사고방식도 인생 자체도.



나에게 일본어, 그리고 일본이라는 나라는 너무 깊숙이 들어와서

내 삶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소중할 수밖에 없다.


그건 한 개인의 삶에 한 언어와 문화가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해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진실로 통하고 온전히 이해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라는 사람이 일본어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는 것을 언제 가장 느끼는가 하면

예전 친구들을 만날 때.

내가 일본어를 만나기 전에

나를 알았던 사람들이 기억하는 나는

지금의 나하고는 상당 부분 다르다고 생각한다.

또 일본어에 대해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

(가령, 일본은 역사 속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그들에게 문화를 전파한 고대의

왕인, 아직기를 기억하고 또 일방적으로 우리가 피해받던 식민지 시대로만 일본을 알고 있는 사람들)

과는 대화를 나눌 때 어느 정도 괴리감을 느낀다.


나라는 사람은 이미 상당 부분 일본어, 일본문학, 일서, 문화, 일본 음악 , 도쿄 등등

일본을 빼놓고 얘기할 거리가 지극히 적어지는 사람인데

일본을 잘 모르는 친구들하고는 이야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니 사고방식 또는 관점 자체가

일본을 잘 알고 함께 경험한 친구들과 얘기 나눌 때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고 통하는 것들을

애써 설명해야 하는 부분들이 때론 버겁다.


굳이 설명을 하며 상대방을 이해시킬 이유도 못 느끼므로 그 사람 나름대로의 생각을 존중하니까.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생각의 괴리가 존재하고 공감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 십여 년간 나라는 사람을 많이 바꿔놓은

아니, 내 생각, 관점, 가치관 등등에 깊숙이 관여하고

지배하기까지 해 버린 일본과 일본어의 존재는

참 크다.   




그렇게 이십여 년간을 일본어에 빠져 지내고 있다.

일본어를 전공하고 통번역대학원에 들어가 공부해도

여전히 새로운 단어들이 튀어나온다. 새로운 발견이 있다.

그래서 언어는 언제나 새롭다.


여전히 나는 일본어가 너무나 좋다.

세로로 쓰인 일본 문고판을 읽을 때 행복하다.

문을 열고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기분, 그 안에서 내 감정과 마음을 위로받는 기분.

한국어가 해줄 수 없는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있다.

그것이 다른 언어의 힘.


내 상황과 감정 상태를 표현하고자 할 때

외국어의 특정 단어로 명확하게 설명될 때가 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 만큼 해당 외국어를 두세 가지 익힌다면

그 사람의 내면은 그만큼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2003년경 접했던 아이다 미츠오 선생의 시는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바꿔주었다.


'하루하루 발견하고 감동해야지' 생각했다.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작은 발견은 감동으로 이어지고 작고 확실한 행복이 된다.


  

//

산다는 건

매일 무언가에 감동하고 감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오늘은 새롭게 발견하고 감동하는 것.


세월과 함께 얼굴에 주름은 생기지만

마음속 주름은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마음에 주름이 생겼을 때

우린 더 이상 감동하지 않게 되는 건 아닐까요.


감동하고 감격하는 데 돈은 들지 않습니다

사회적 지위나 직함도

일절 관계없습니다.


평생 깨달음을 얻지 못해도 괜찮으니

감동 가득한, 감격에 찬

삶을 살고 싶습니다.


-아이다 미츠오(相田みつ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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