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지 않는 말 중 하나, 독박 육아.
독박은, 혼자서 모두 뒤집어쓰거나 감당한다는 뜻이라 '소중한 내 아이' 키우는 것에 붙는 게 늘 걸린다.
게다가 외벌이라는 말은 있어도 '독박 벌이'라는 표현은 없다.
나 또한 이 곳 자카르타에서 가정보육을 하며 아이와 오롯이 둘이 보내고 주말에도 내가 거의 아이를 돌본다. 내가 아이와 보낸 시간이 많은 만큼, 아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바로 대응이 가능해서 굳이 남편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사실 아이를 간절히 원한 것도 나이고 어릴 때부터 '엄마'가 되어보고픈 마음이 커서 아이와 함께 시간 보내고 아이를 키우는 지금이 참 행복하다. 등 떠밀려 남의 아이 키우는 것도 아니고 내가 낳은 아이를 내가 돌보는 일인데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밖에서 일하는 것하고 비교가 안 된다. ‘엄마’라는 이름은 제일 값지고 의미 있는 자리다. 되고 싶다고 다 되는 일도 아니니 감사하게 ‘엄마’가 된 것에, 나를 ‘엄마’로 만들어준 우리 딸과 남편에게 고맙다.
아이 키우는 일을 직장에서 일하는 것처럼 할당량 정하듯 이만큼 내가 했으니 당신도 이만큼 해..라고 하기 싫다. 당연히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내 아이와 하루 종일 붙어서 함께 추억을 만들어가는 지금의 일상이 내겐 참 소중하다. (당연한 것이거늘) 내 맘대로 되지 않은 육아에 속상하기도 하고 아이의 느닷없는 고집에 참을 인을 여러 번 새길 때도 많지만 우리 둘이 함께 보낸 이 시간들이 나중에 돌이켜보면, 다시없을 소중한 시간들이라는 걸 잘 안다.
육아 참여를 많이 하지 못 하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은 없다. 당연히 그는 그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체력적으로 내가 힘들다 해도 난 '내 아이'를 키우는 시간이고 남편은 그런 시간이 아니니까.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그런 일이니까.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몫을 다 하면 된다.
난 그저 엄마로서 딸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들을 후회 없이 해 주고 싶을 뿐이다.
아이와 엄마인 나의 관계가 있을 뿐이다. '남편도 해야 하는' 육아가 아니라 '내가 엄마로서 하고 싶은' 육아이다.
‘독박 육아’라는 말이 싫었던 이유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을 굉장히 짐이 되고 하기 싫은 일로 취급하는 듯한 표현이라 듣기 불편했던 것 같다. 그 말 대신 차라리 '홀로 육아'라고 표현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지금은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많은 이들이 쓰고 있는 '독박 육아'에 대해 이 곳에 생각을 남기고 싶었다. 게다가 지금보다 더 홀로 육아가 일반적이었을 엄마세대에선 그런 표현은 쓰지 않았으니 말이다. 만일 엄마가 날 키우면서 '독박 육아'라는 표현을 썼다면 자식인 입장에서도 듣기 좋은 말은 아닐 것이다.
아이 어릴 때가 힘들기도 하지만 제일 예쁠 때라고 많이들 말씀하신다. 이렇게 내 품 안에 있을 날도 많지 않다고도 말씀하신다. 초등학생만 돼도 엄마보단 친구가 좋다고 하기도 하고, 이렇게 엄마를 찾으며 엄마 품에 쏙 들어올 시간은 지금 이 시간이다.
그래서 참 소중한 이 시간이다.
내일도 이런 감사한 맘으로 내 아이를 바라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