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바로 나다.
차가워 보여요. 잘 웃으세요. 클래식 좋아할 것 같아요. 무서워요(?). 단아해요. 힘이 세 보여요. 도도해 보여요. 잘 웃으세요. 여성스러우세요. 외향적일 것 같아요. 내향적일 것 같아요. 냉정해 보여요. 돌아이 같아요.
그간 들어본 내 첫인상에 대한 코멘트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다.
이 중 제일은 올해 초 들었던 '돌아이' 같다는 말이다. 그 친구는 노홍철님이 주관한 와인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유난히 'E' 친구들이 북적였던 그날 그녀는 한동안 말없이 'I'의 면모를 뽐냈다. 와인 몇 모금이 들어가자 그녀는 느릿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예리님, 돌아이 같아요."
살면서 처음 들어본 말이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은근 좋았다. 내 면모를 그녀가 알아봐준 것 같았다. (그날 나는 신이 나서 내가 왜 돌아이 같냐고 그 친구를 붙잡고 내내 물었다.)
그날 나는 호기심에 가득 차 있었다. 노홍철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다. 열린 마음으로 그들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당시 그녀 표현에 따르면 내 눈은 '맑눈광'이었다고 한다.
나는 조성진님이 연주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즐겨 듣지만 세븐틴의 손오공도 사랑한다. 낯을 가리지만 처음 만난 사람과도 오래된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원피스를 좋아하지만 구두보다는 운동화를 선호한다. 점잖은 척하지만 내적 댄스를 추고 있을 때도 많다. 냉정하지만 잘 운다. 첫인상이 대체로 맞지만 대체로 맞지 않기도 하다.
그래서 돌아이란 표현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섣불리 나를 규정하려 하기 보다 그냥 재밌는 사람으로 봐주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