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T는 해결책을 찾지 않는 인물들이 답답했다
MBTI 검사를 하면 때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맨 앞 글자와 맨 뒤 글자는 컨디션에 따라 바뀌기 일쑤다. 그런데 가운데 두 글자는 불변이다. 'S' 와 'T'.
극 T인 사람으로서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 읽는 내내 답답한 소설이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상담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문가에게 치료를 받았다면, 아니 적어도 받으려는 시도라도 했다면 사건을 그 지경까지 끌고 가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이 소설은 문장 몇 개로 묘사되는 사건의 이면에 사실 이처럼 다양한 서사가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자 창작된 작품으로 추정된다. 작가 의도는 짐작이 됐지만 책을 읽는 내내 왜 소설 속 인물들이 상처를 가슴에 품은 채 그저 괴로운 상태를 지속하며 살아가는지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마음이 고달프다면 심리학 책을 읽든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든 본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스스로 치유하든 전문가를 찾든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요즘 같이 손쉽게 양질의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시대에 별다른 노력 없이 스스로를 방치하는 건 삶에 대한 직무 태만이다."
라고 소설 속 인물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었다.
중간에 몇 번이나 그만 읽고 싶었다. 그래도 작가 문체가 마음에 들어 겨우 다 읽기는 했다. 그러나 다시 펼쳐보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