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야말로

사랑의 대상이다

by 예림 RINA


오랜 친구가 대화 중에 이런 말을 했다.

“한 평생 자기가 무엇을, 또는 누군가를 사랑할 것인지 명확히 안다면 그게 성공 아니겠어?”


이 말이 나를 생각에 잠기게 했다.

나는 무엇을 사랑하고 싶은지, 사랑할 것인지 말이다.


오랜 시간 ‘연인’에서 그 답을 찾았었다.

연애도 여러 번 했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사랑받는 법을 몰랐던 나에게 사랑 받는 법도, 사랑하는 법도 알려준 것은 다름 아닌 지난 연인들이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인연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남기고 간 것들은 영원히 내 안에 소중하게 남아있을 거다.


그런데 연인, 즉 남여간의 사랑이 내가 평생 쫓고 싶은 사랑의 대상이냐 묻는다면 약간은 아리송하다.

왜일까.

모르겠다.

남여간의 관계는 사랑만으로 설명하기에는 굉장히 많은 복잡한 것들이 얽혀있는 듯 하다.


몇 번의 연애를 끝내고, 솔로의 생활에 완벽히 적응한 나에게 문득 찾아온 건 8년 전 가르쳤던 초등학생 제자의 카톡이었다.

이제는 어엿한 고3이 된 친구였다.


“선생님 잘 지내시죠? 카톡 프사에 제가 썼던 편지가 있길래 생각나서 연락 드려요.“


너무 오랜만에 보는 이름에 잠시 당황했던 나는

“오랜만이다 OO아. 내가 아는 그 OO이 맞지?” 라고 답을 했다. 그러고는 그 친구가 말한 기억속에 잊혀져있던 그 편지를 다시 읽어봤다.


“예림 선생님께.

예림 선생님 아프지 말아요. 제가 다른 반 선생님께 부탁해서 약 챙겨 달라고 이야기 했어요. 저 생각 하시고 아프지 마세요.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 껌딱지 OO이가.“


이 편지를 읽으면서 왜인지 마음이 울컥했다.

그리고 이내 오랫동안 헤매었던 내 질문에 답을 찾은 거 같았다.


그렇지. 애들이야말로 사랑의 대상이지.


부족하고 완벽하지 않은 나를 사랑해주고,

언제나 내가 주는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주는 이 순수한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대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을 사랑할 수 있을까?


오랜만의 그 친구의 연락 한 통 덕분에

갈피 잃은 삶의 방향성이, 갈 곳 잃었던 사랑의 대상이 이제야 딱딱 퍼즐 맞춰지듯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사랑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사람이고

그 사랑의 대상은 다름 아닌 아이들이다.


이 깨달음을 계기로 집 근처 지역아동센터에서 교육 봉사를 시작했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사교육을 받기 어렵고, 부모님의 맞벌이로 돌봄 공백이 발생하니 가톨릭계 종교 단체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공부방이자 돌봄시설 같은 곳이다.


감사하게도 무작정 교육 봉사를 하고 싶다했던 나를 센터에서 기꺼이 반겨주셨다.

내가 적어도 센터에 머무는 기간동안은, 아이들이 외롭지 않게 하고싶다.


그 아이들이 커서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상관 없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자체가 나에겐 너무 큰 행복이니까.


감사하고, 행복한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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