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는 내가 작년 혼자 타지에 와 살기 시작할 때 당근에 사용하던 가구를 내놓고 거래하다가 만난 친구이다.
우리 둘의 거리가 같은 지역이어도 너무 멀어 중간지점인 시내의 마트에서 처음 만났었는데,
르네가 뒷좌석에 아기가 자고 있다며 대뜸 뒷좌석의 아기를 보여줬는데 너무 귀여웠다.
아기를 보는데 그때가 한참 유산하고 수술한 지 얼마 안 된 시기라 좀 슬프기도 했다.
물건을 건네고 마트에 온 김에 장을 봐야겠다 싶어 장을 보고 마트 안의 카페에 좀 앉아있다가 나왔는데, 주차정산을 하는 도중에 유모차를 끌고 오는 르네를 또 만났다.
왜 아직도 여기 있냐 묻길래 장보고 바로옆의 카페를 들렀다했더니 '그럼 나랑 같이 가지!' 하면서 아쉬워하길래 정말 같이 카페를 갔다.
카페에 가서 한 시간가량 머무는 동안 르네의 작은 아기는 유모차에서 얌전하게 자고 있었고, 나는 그 작고 소중한 존재를 보는 것도 조심스러웠는데 너무 예뻐서 자꾸 눈이 갔다.
대화를 하면서 아직 아기는 없냐 묻기에 얼마 전에 유산해서 수술했다 했더니 같이 마음 아파하며 원래 첫아기는 약하다고, 금방 다시 아기가 찾아올 거라며 위로를 해줬다.
르네와 이야기하는 내내 한국어는 서툴렀지만 눈빛에서부터 마음이 따뜻한 사람인게 느껴져서 행복했다.
난 사람을 새로 만날 때 정말 반기고 좋아해도 그래서 받은 상처도 많아서 항상 경계하고 친절한 얼굴 속의 의도를 읽으려 하는 사람인데, 꽤 오랜만에 의도 없이 착한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그래서 SNS도 교환하고 번호교환도 했다.
간간히 내가 스토리를 올리면 르네는 "와 정말 예뻐요~" 라던가, 내가 요리한 사진을 올리면 '직접 한 거예요?' 물으며 재주가 많다며 나를 늘 칭찬해 줬다.
르네를 알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살던 곳에서 먼 곳으로 이사를 해서 떠났는데, 최근에 또 가는 날에 맞춰 만날 약속을 잡았다.
르네가 좋아하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볕이 잘 들고 온통 식물이 있는, 르네를 닮은 예쁜 카페였다.
머뭇거리며 카페에 들어섰는데 먼저 도착해있던 르네가 달려나왔다.
오랜만에 만난 르네는 여전히 밝고 예뻤다.
만나자마자 나를 안고 보고 싶었다며 반겨줬다.
3월부터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낸 르네는 이제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하면서 한 시간 거리의 우리 집도 놀러 올 수 있다고 했다.
본인의 집을 놀러 오라며 다음 주는 언제 시간이 되냐 묻는 르네의 얼굴에 행복이 비췄다.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도 르네는 차분하게 웃으면서 나의 말을 경청하려 했고, 나도 르네에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로 천천히 얘기하려 했다.
르네가 시댁은 괜찮냐 묻는 질문에 안 그래도 요즘 시부모님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힘들다고 얘기했더니 르네의 경험을 얘기하며 진심으로 공감해 주고 먼저 결혼한 선배답게 조언도 해줬다.
내가 상처를 더 받게 될까 봐 르네는 마지막까지 날 걱정하며 안아줬다.
다음 주에 맛있는 걸 먹으러 오라고 따뜻한 말을 건네면서.
대화를 하던 도중에 이름이 정말 예쁘다, 르네에게 어울리는 이름이다 했더니 서툰 말로 본인의 이름이 고향에서는 '다시 태어난다'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이름에 딱 맞는 사람이다 생각했다.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르네를 만났을 때 나도 다시 살아난 기분이었다.
타지살이를 하면서 힘든 일만 많이 겪고 떠난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내게 르네처럼 고마운 존재들도 있었다는 걸 깨닫고 있다.
여름을 닮은 밝고 싱그러운 르네와 앞으로도 오래오래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