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매일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울며 보내곤 했는데, 시골에 이사를 온 후론 전처럼 많이 울지도 않고 평온한 나날들을 보낸다.
아침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 집 바로 앞의 산에 안개가 휘감아 올라가는 걸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에 문을 열어둬도 간간히 멀리서 개 짖는 소리 외에 어떤 소음도 없는 시골에서의 삶.
남편이 쉬는 날이면 함께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남편이 출근하는 날이면 퇴근하기 전까지 혼자 동네 시골길을 걸으며 동네의 귀여운 강아지 구경도 하면서 놀다가 퇴근시간에 맞춰 저녁을 하고 남편에게 조잘조잘 그날 본 것들을 얘기한다.
그동안 치열하게 살았던 내 삶에 쉼표 같은 하루하루들이다.
전반적으로 내 삶은 남편을 만나 이곳에 살기 시작하면서 평온해졌다.
늘 우울하고 힘들었던 내 삶을 장악했던 불안도 많이 줄었다.
오래전부터 아마도 나는 선천적으로 우울한 사람일 거란 생각을 자주 했다.
늘 우울하고 자주 울곤 했으니까.
매일 죽음에 집중해 있던 탓에 내게 내일은 없었다.
내게 하루하루는 그냥 죽음을 위한 과정 같은 거였다.
도피처를 찾기 위해 혼자 여행도 많이 다녔지만 다닐수록 세상에 대한 기대도 더 줄어들었다.
언제부턴가 새로운 곳을 가도 설레지 않았다.
내게 기대되고 살고 싶은 내일은 없었다.
직장을 다닐 때도 하루하루 시한폭탄 같은 하루들이었던 탓에 '오늘은 제발 평온한 하루여라..' 빌면서 다니곤 했다. 병원이라는 특성상 항상 응급은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늘 불안은 내게 꼬리표 같은 거였다.
처음 첩첩산중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곳을 떠나올 때 나의 모든 상황에 지칠 대로 지쳐있었기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한 마음이었다.
이미 몇 번의 유산을 겪고 불안함은 극도로 심해진 걸 넘어 내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도 모를 상태였다.
상실감이 너무 커서 애초에 여길 올 때 이곳에서의 내일은 그릴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병원이나 마트도 없고 하다못해 읍내도 차로 한참을 나가야 하고, 제일 가까운 편의점을 가려하면 40분은 걸어가야 하는 이곳에서의 생활은 그동안의 내 도시에서의 생활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처음엔 막막해서 울곤 했는데,살면 살수록 요즘 나는 이곳에서 서서히 웃음을 되찾고 있다.
이전에 죄책감에 시달리며 웃으려다가도 울곤 했던 난데,
낮에 초록색 잎을 멍하니 바라보며 돌아다니는 것도 좋고
나무 밑에 서서 나뭇잎을 올려다보며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를 한참 듣고 있는 것도 행복하다.
아무 생각 없이 개울에 멈춰 앉아 흐르는 물속의 물고기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좋다.
내 주변의 모든 게 살아있다.
이 속에서 나도 살아있음을 느낀다.
예전엔 비 오는 날이면 더 불안하고 슬펐는데,
내가 사는 이곳의 파릇파릇함이 비 온 후 더 아름다워질걸 생각하면 비조차 반갑다.
내 삶에 한 번씩 태풍도 몰아치고, 비도 간간이 내리겠지만
이젠 그 비도 나를 살아가게 하는 이유라는 걸..
비가 내린 후 나도 푸르르게 다시 피어나 살아갔으면 좋겠다.
내일을 꿈꾸게 하는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들이 너무 감사하다.
내일도 여전히 푸르를 이곳에서, 내가 살아갔으면 좋겠다.
내일도 예쁜 풍경을 볼 수 있는 이곳에서의 하루가 너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