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의 무게를 내려놓기 위해

숨을 고르는 아침

by 린꽃

계류유산과 수많은 화학적 유산을 겪다가 일 년 만에 진해지는 임신테스트기와 함께 재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쁨보다 두려움이 먼저 몰려왔다. 몸이 먼저 기억하는 상실의 그림자는 익숙한 듯 매일 내 숨통을 조여왔다. 걱정이 많아 매주 산부인과를 가면서 초음파를 볼 때마다, 화면 속 아기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기가 잘못되었다고 하면 어떡하지..'

'이번에도..'라는 생각이 습관처럼 스며들었다.

내 걱정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매번 힘차게 뛰는 아기의 심장소리를 들을 때면 지금까지의 모든 두려움이 잠시나마 사그라드는 듯했지만 산부인과를 나오는 순간부터 또다시 걱정의 연속이었다.

이미 내게 걱정은 습관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걱정은 그 무엇보다 무거운 무게를 가진다.

보이지 않지만 어깨를 짓누르고, 마음을 휘감아 숨을 막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심장이 빠르게 뛰고, 하루 종일 머릿속은 끝없는 ‘만약’으로 가득했다. 그 무게를 안고 하루를 버티는 건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매일을 아기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하이베베를 달고 살았고, 가끔 기계에 아기의 심장소리가 늦게 잡히는 날엔 세상이 무너지듯 철렁했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다 문득, 내 걱정이 되려 나와 아기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의 시작도, 끝도, 내 힘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인데 걱정을 한다고 해서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다만 하루라도 조금 마음 편하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작은 연습을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또다시 불안이 몰려올 때면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배를 쓰다듬는다.

'아가 오늘도 잘 있지? 잘 살아내 보자.'

아기에게 이야기하며 인사를 건넨다.

초음파를 기다리는 진료실에서도, 불안이 몰려올 때마다 손끝으로 배를 가만히 쓰다듬는다.

통통 튀는 아기의 태동으로 아기가 무사하다는 사실만을 확인하고 나면 모든 걱정이 내려앉는 듯했다.



사실 어떤 방법을 써도 걱정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지만 대신 그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두려움이 올라올 때마다, 그 감정이 나를 지키려는 마음에서 비롯됐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괜찮아, 지금 우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고 속삭인다.



내일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오늘의 나는 이 생명을 사랑으로 맞이하고 기다리고 있다. 아기와 내가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keyword
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