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쉬리공원에서의 만삭사진
어느덧 찾아온 임신 30주, 야외 만삭 스냅을 철원의 쉬리공원에서 찍었다.
산부인과와 연계된 사진관에서 만삭 스냅 연락이 왔지만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배경, 사진은 내 취향도 아닐뿐더러 당장 1년 전에 스튜디오에서 찍은 결혼사진도 한 번도 펴보지 않고 있어 뻔한 콘셉트의 만삭사진은 분명 찍고서도 안 볼 것 같아 어떻게 찍어야 할지 꽤 오래 고민했다.
출산 이후에는 화천을 떠날 예정이라 화천에서 사진을 남기고도 싶었지만 우리 동네에는 촬영을 할만한 변변찮은 공원도 없어서 오랜 고민 끝에 와수리의 쉬리공원에서 촬영을 하기로 했다.
푸른 자연이 함께하는 와수리는 연애하던 때부터 화천으로 이사를 온 후에도 남편과 자주 데이트를 하던 곳이라 우리에게 의미 있는 곳이기도 했다.
만삭의 몸으로 집을 나서며 마음이 조금 설렜다.
시골길을 따라 난 작은 강이 있는 쉬리공원, 남편과 둘이서 손을 잡고 늘 산책하던 그곳이 오늘은 특별한 무대가 되었다.
일찍 찾아온 가을빛이 부드럽게 깔린 초록과 금빛 사이로, 바람은 느리게 흐르고 강물은 반짝이고 있었다.
다양한 자연을 배경으로 사진작가님의 카메라 앞에 서니, 배 속 아기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아기도 우리와 같이 사진을 찍는 걸 알기라도 하는 건지 평소보다 센 아기의 태동을 느끼며 내가 아닌 우리가 찍는 첫 사진이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긴 계절을 함께 걸어온 작은 생명과의 시간, 이곳 시골의 풍경이 그 모든 날을 품어 안는 것 같았다.
은은하게 곁에 맴도는 풀 냄새, 강가의 시원한 공기, 햇살이 스민 물결까지..
모두가 우리 가족의 오늘을 기억해 주는 것 같아 이 풍경에 머물던 내내 울컥하며 눈시울이 조금 뜨거워졌다.
도시의 화려한 스튜디오가 아닌, 내가 살아온 이 자리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가장 우리답게 마지막 한 달을 남겼다.
행복했던 촬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배 속 아기가 천천히 발길질을 했다.
사진 속 그 미소가 언젠가 아이에게 닿기를,
훗날 아이와 이곳에서 함께하기를,
이 강의 바람과 함께 오래오래 기억되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