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의 형태

시골살이라 쓰고 외로움이라 읽는다.

by 린꽃

한기가 든다.

너무 추워서 견딜 수가 없다.

뼛속 깊숙이 내 살갗을 파고든 추위가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한 여름에 나는, 내가 있는 곳은 왜 이렇게 추운 건지.

누군가를 부른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내 목소리가 먼 곳의 어느 곳에 부딪혀 작은 메아리로 돌아온다.

도대체 여긴 어디인 건지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여기가 어디인들 상관없다.


지금이 며칠이고 몇시인지도.


오늘이 내일같고 내일도 또 오늘같은 이 곳.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나는 누구인 거지?

아니, 내가 살아있긴 한 건가?

천천히 눈을 뜨고 주변을 돌아본다.

어둠, 어둠, 끝없는 어둠뿐이다.

소리를 질러보지만 이젠 그 어떠한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손목을 짚어본다. 분명 맥박이 뛰고 있으니 살아있는 게 맞다.

그리고 또다시 적막.

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무도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나도, 내가 살아있던 죽어있던 관심이 없다.

죽은 건지 살아있는지 모르는 이 삶이 어떻게든 끝이 났으면 좋겠다.

그저 손목을 짚은 채 얕게 뛰는 맥박으로 내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확인하며 텅 빈 어둠 끝을 바라본다.

방법은 없다. 혼자 이 넓은 어둠 속에 앉아 끝없이 소리를 지르며 누군가 대답하길 기다릴 뿐.

어디선가 소리가 난다.

어둠 속을 짚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나아간다.

바깥에 행복해 보이는 어느 가족이 보인다.

그들의 배경에는 비가 내리고 있지만 아기를 안은 아빠는 큰 손으로 아이 머리를 가린 채 행복하게 집으로 뛰어들어간다.

그들에게 나는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그들이 뛰어 들어간 곳에 나도 있지만 나는 여기, 혼자다.

다시 목소리를 내보려 노력한다.

아-어디선가 쿵 쿵 소리가 난다.

누군가가 내 위에서 걸어 다닌다.

쿵 쿵 소리가 어디에서 나타나 어디로 가는지 느껴진다.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면 계단에서 누군가가 올라오는 소리,

누군가의 발소리도 절실해진다.


그 발소리가 나를 찾아오는 발소리일까 일말의 희망을 가지면서.

적막속에 가만히 소리를 듣고 있다가 일어나 이 어둠 속을 벗어나길 택한다.

밖으로 나섰지만 여전히 어둡다.

내려가는 층마다 개가 짖는다.

마치 내가 집에서 외롭다고 부르짖는 것 같은 소리이다.

너희도 외롭구나, 문 너머의 다른 외로움에 말을 내뱉고는 밖을 나선다.

아직 비가 오고 있다.

비를 그저 가만히 서서 맞는다.

그제야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주변을 돌아보니 어느새 초록빛으로 바뀐 세상이 비를 맞아 물기를 머금어 반짝이고 있다.

흑백 세상 속 유일한 초록색,

이 낯선 곳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유일한 존재.

잠시 그들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숨 쉰다.

처음으로 숨 쉬고 있는 게 느껴진다.

곧 어둠 속으로 돌아와 적막 속에 글을 쓴다.

살아있다고, 나는 아직 숨 쉬고 있다고.

이번에도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 일 테지만 그저 쓴다.

내가 낼 수 있는 목소리로 끝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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