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습관
불안할 때면 맥박을 짚는 이유
최근에 습관이랄까, 버릇이 생겼다.
한 번씩 내 손목의 맥박을 짚어보는 거다.
혼자 있을 때면 손목의 맥박을 짚고 몇 분씩 심박동을 그저 느끼고 있다.
분명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데, 내가 있는 곳이 현실이 아닌 것 같은 이질적인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시골살이를 시작하고 외로운 시간 속에 처음엔 자주 울며 내가 살아있다고 부르짖곤 했는데 요즘엔 잘 울지 않는다.
울어봐야 들을 사람 없는 이곳에서 울음은 나를 더 어둠 속으로 빠지게 할 뿐이었다.
울지 않는 대신 어느 날부턴가 나는 고요 속에 울리는 내 심장박동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적막뿐인 이곳에서 들리는 거라곤 내 심장소리뿐이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심장소리를 듣다 보면 안정을 찾았다.
쿵 쿵,
규칙적으로 심장이 뛴다.
울고 싶을 때 손목의 맥박을 짚으면 손끝으로 힘찬 심장박동이 느껴져 금세 편안해진다.
맥박 소리를
조용히 듣다 보면 이 외로움 속에서도 내가 아직은 살아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어느덧 안정을 찾는다.
산책을 하다 보면 마주치는 달팽이의 심장을 볼 때도 살아있는 걸 느낀다.
바닥에 말라붙어 죽은 것 같은 달팽이들도 들어보면 심장이 뛰고 있다.
장마가 오건 땅이 가물던지 열심히 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살려고 발버둥 치는 작은 심장이 정말 기특하다.
때문에 달팽이를 만나면 습관처럼 집어 들어 달팽이 등 뒤의 심장을 확인한다.
달팽이의 심장 뛰는 모습은 투명한 껍질 사이로 명확하게 보인다.
정말 엄청나게 작은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고 있다.
작은 심장이어도 자기도 이렇게 살아있다면서.
언제부턴가 남편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자는 것도 습관이 되었다.
그동안 만성적인 불면증이 있었는데 결혼을 하고 남편이 잠들기 전에 '이제 자자!' 하고 팔을 내밀면 자연스럽게 팔베개를 해주는 남편의 품 사이로 심장소리를 듣다가 잠든다.
이젠 습관이 되어 남편이 못 들어오거나 늦게 들어오는 날은 쉽게 잠을 이룰 수 없다.
심장소리,
고요 속 차분한 백색소음이자 내겐 제일 편안한 소리.
내 옆에 뛰고 있는 심장이 있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나도 살아있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죽고 싶단 말을 습관처럼 하는 나지만 죽고 싶을수록 살고 싶었다.
내 마음이 죽음에 가까워진다 싶으면 살아있는 모든 걸 갈망했다.
그래서 심장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살아있구나 싶어서 그 순간마다 안도했다.
언제까지 일진 모르겠지만,
내 심장이 이렇게 멈추지 않고 뛰며
살아있는 시간 동안은 제대로 살아있고 싶다.
나는 내가 딱 하루씩만 더 살길 바란다.
이렇게 하루씩 살아가다 보면 계속 살고 싶은 날이 오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살고 싶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아직 여기에, 여전히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