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매미 소동

매미가 무서운 시골사람

by 린꽃

시골에 사는 내가 봄에 개구리를 싫어한다면
여름엔 매미를 제일 싫어하는데,
이번 여름은 유독 매미가 많은 건지
매미소리가 시끄러울뿐더러
이 시골 발 닿는 곳곳에 매미가 죽어있다.
죽은 매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아서
매미를 피하기 위해 땅을 보고 다니지만 매미를 마주쳤을 땐 혹시라도 움직일까,

나한테 달려들진 않을까 긴장하며 최대한 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낮에 내내 매미가 시끄럽게 울고
밤이 되어 좀 사그라든다 싶던 어젯밤,
안 그래도 싫어하는 매미에 관한 트라우마라고 하면 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나는 종종 남편의 퇴근시간에 방충망을 열고 남편의 차가 오나 안 오나 고개를 내밀고 도로 쪽 먼 바깥을 쳐다보곤 하는데,
그날도 열시 즈음 늦은 퇴근을 하는 남편을 기다리며 습관처럼 베란다로 나가 무턱대고 방충망을 열었는데 매미 한 마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내게 덮쳐드는 거다.
아마 방충망에 붙어있었던지,
우리 집 베란다의 빛을 보고 달려들었던 것 같다.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르며 잠옷을 치니 매미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또다시 요란한 소리를 내기에 오두방정을 떨며 집안으로 들어와 베란다 문을 닫았다.
그 과정에서 애지중지 키우던 몬스테라도 쓰러뜨리고,
한창 바질을 키우기 시작하던 화분도 밟아 다 엎어버렸다.
순식간에 들어온 매미 한 마리 때문에 베란다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들어와 돌아본 곳은 처참했다.



당장에 집 안에는 매미가 들어오지 않은 건 확인했지만,
너무 놀란 탓에 베란다의 방충망은 열어 둔 채였다.
핸드폰을 찾아 남편에게 전화를 하며 당장 들어오라고 매미가 베란다에 들어왔다고 재촉을 하고,
내가 베란다 방충망을 안 닫고 들어와서 다른 매미가 또 들어올까 봐 무섭다고 했다.
이후엔 우리 집 불빛을 보고 다른 곤충이 들어올까 봐 집안의 모든 불을 다 끄고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십분쯤 지났을까,
내 전화를 받고 금세 들어온 남편은
' 너는 시골에서 자란 애가 매미를 무서워하냐! '
타박을 하고 아무런 도구도 없이 씩씩하게 베란다로 향했다.
그 와중에도 내가 문 너머에서 에프킬라 줄까? 휴지 줄까?를 남발하고 있는데 다 필요 없다 하곤
곧장 매미가 어딨냐며 한 바퀴 슥 둘러보고는 맨손으로 매미를 잡아 베란다 밖으로 날려보냈다.



남편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무서운 매미를 맨손으로 퇴치할 수 있다니.
매미를 날려보낸 후 방충망을 닫고 다른 매미가 없는지 베란다 순찰을 마치고 들어오는 남편에게 잘했다고 칭찬하자마자
등 뒤에 손을 숨기고 내게 슬금슬금 다가와 자기 손에 매미가 있다는 장난을 치며 내 앞에서 뿌리는 척을 해서 또 기겁했다.
그리곤 잠들기 전까지
'맴맴맴맴-'
소리를 내며 내가 매미를 무서워하는 걸 알곤 짓궂게 놀려댔다.
매미라는 말만 들어도 기겁하는 내가 웃기다나.
나는 짧은 순간 매미가 내게 덮쳐온 순간이 뇌리에 박혀 그 후로 내내 맴돌았다.



물론 매미가 한여름에 잠깐 울기 위해 몇 년을 땅속에서 고생했는지도 알고,
짧게 사는 매미가 여름의 푸른 계절에 청각적인 풍요를 주는 것도 너무 감사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매미가 너무 무섭다.
생긴 게 너무 무섭게 생겼다.
자연에게 어떤 존재이건
내겐 피하고 싶기만 한 존재인 매미..
이번 여름은 오늘 밤이 지나면 더 이상
매미와 또다시 부딪히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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