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지 않은데 눈물이 날 때
이제 그만 울고 싶다.
가만 보면 나는 눈에 수도꼭지가 달린 것 같다.
정말이지 수시로 울어서 피곤할 정도다.
기껏 혼자 용기 내 여행을 떠나서도 좋은 풍경 앞에서 울고, 자전거를 타다가도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 시원해서 울고 별게 다 서럽고 감동적이어서 운다.
어렸을 때부터 눈물이 많긴 했지만 벌써 일 년이 지난 유산 이후로 나는 잘 웃지도 않고, 하루에도 몇 번을 운다.
이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조금이라도 좋을 것 같으면 죄책감을 느껴서 눈물이 나고, 내가 평온한 상태일 때도 나는 이럴 자격이 없는 사람이란 생각에 눈물이 난다.
참 가만 보면 난 울일이 많은 사람이다.
나도 이런 내가 지친다.
얼마 전엔 남편과 근방의 행사장을 갔다가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해서 곧 출산을 앞둔 남편의 직장동료와 그 아내를 멀리서 내가 먼저 발견했다.
화들짝 놀라서 뒤돌아서서는, 남편에게 횡설수설 상황을 설명하고 나가자고 잡아끌었다.
그 사람들을 마주치기도 싫었고 무엇보다 마주치면 내가 더 비참해질 것 같아서 며칠은 힘들어할 나를 지키고 싶었다.
기껏 입장료를 내놓고 우리는 행사장을 둘러보기도 전에 입구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뛰듯이 도망쳐 나오다가 결국 나는 남편의 손을 놓치고 혼자 차로 향했는데,
그 와중에도 임산부는 왜 그렇게 많이 보이던지.
자꾸만 흘러나오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흐르는 눈물을 흐르는 대로 놔두면서 간신히 주차장으로 왔다.
멀리서 나를 부르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지만 내겐 멀리 떠나는 게 우선이었다.
일단 그 상황에서 벗어나긴 했다만
설상가상 뭣하나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나는 차까지 향하지도 못했다.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차를 어디쯤 세웠는지도 잊고 수많은 차들 사이에서 차를 찾기를 포기하고 숨을 곳을 찾아 주차장의 구석에서 차들 사이에 주저앉아 울었다.
운다기보단 흐르는 눈물을 닦기에 급급했다.
정말 그만 울고 싶은데 마음에서 울컥, 뭔가가 치밀어 올랐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이 눈물도 지겹고 이제 정말 그만하고 싶다,
생각하면서 한참을 울었다.
어느새 날 찾아온 남편은 날 일으키며 눈에 수도꼭지가 달렸다며 왜 이렇게 자주 우냐고 했다.
울고 싶지 않은데 눈물이 난다면서 나도 이제 그만 울고 싶다고 말하며 나는 또다시 소리 없이 울었다.
내 눈물에 내성이 생길 대로 생긴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눈물범벅인 내 얼굴을 닦아내고 내 손을 잡고 차로 향했다.
그대로 집으로 향하던 길, 안절부절못하고 상처투성이인 손을 뜯으며
'아기를 안 가지고 둘이 살면 안 돼?'
'이대로 영영 우리가 아기를 가지지 못하면 어쩌지?'
지겹도록 했던 말을 되풀이하는 내게 남편은 어느새 상처가 뜯겨 피범벅이 된 내 손을 잡으며 그만 조급해하자고 한다.
내가 울면 마음이 아프다며 이젠 그만 울라고 하는데
그 말을 듣고서도 눈물이 났다.
나는 울고 싶어서 우는 게 아닌데.
나라고 힘들고 싶어서 힘든 게 아닌데.
나도 이런 내가 정말 지치고 힘들어서 견디기 힘든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내 삶이 송두리째 망가져 가는 걸 느낀다.
불안할 때마다 뜯어 피투성이인 손만큼이나 내 마음은 황폐하다 못해 차마 눈뜨고 못 볼정도의 지옥에 가깝다.
이 상태로 계속 살아가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대근무를 계속하면 안 좋을 것 같아서 일도 관뒀고,
남편 따라 산부인과 하나 없는 첩첩산중으로 이사도 왔고,
나는 내 삶을 다 포기하고 아기를 가지는 데만 전념했는데 왜 안 되는 건지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도대체 뭘 더 포기해야 하냐고 묻고 싶었다.
내가 여기서 더 포기해야 할 게 남아있는 지도 의문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다음 주에는 경주의 유명하다는 한의원에 가기로 했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편도 400km가 걸리는 먼 곳이지만 우리에겐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다.
한의원에 다녀와서도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내년부턴 병원에 다니기로 했다.
앞으로도 길고 긴 여정이 시작될 텐데 나는 그 여정을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지쳐버린 것 같다.
이제 그만 울고 싶다.
더 이상 초조함으로 하루를 보내고 싶지도 않고,
이렇게 불안한 나날 속에 하루하루 나를 잃고 싶지 않다.
나는 충분히 지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