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비 Feb 14. 2019

다시는 묻지 말자 사라진 것들에 대해

“주제통합형 수업이란 학문 간의 경계를 넘어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을 갖도록 요구되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여, 인문, 사회, 자연, 예체능 영역마다 학제 간을 넘나들 수 있는 주제를 정하고 그것을 통합한 수업이다.” - 조윤경    


“유목민은 누구든지 가볍고 자유롭고 타인을 환대하고 언제나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고 늘 접속되어 있으며 우애를 지녀야 한다.” -  자크 이탈리    


조윤경 님의 <미래를 만드는 새로운 문화 새로운 상상력>이라는 책의 소개 글에 나와 있는 문구들입니다. 저자는 21세기형 상상력으로 세 가지를 주목합니다. 첫째 하이브리드 문화와 탈경계적 상상력, 둘째 신유목민 문화와 이동의 상상력, 셋째 뉴 테크놀로지 문화와 매체의 상상력.   

 

‘주제를 통합하여 멋진 상상력을 키운 후엔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에 인용한 수필가 화이트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Man(인류)에 대해 쓰지 말고, a man(한 남자)에 대하여 쓰라!” 무슨 뜻일까요?    


1만 3836명의 홍콩 시민들이 홍콩 대학 대운동장에서 노자의 도덕경을 14분 동안 낭독해, 한 장소에서 동시에 가장 많은 사람이 책을 읽는 분야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세계와 자연 간의 화해를 강조하는 도덕경의 사상을 되새기며 화해사회를 건설하자는 취지에서 이 행사를 마련했다고 하네요.    


유가와 도가는 중국인 영혼의 양면이라고 합니다. 도가사상이 다시 주목받고 조명되는 이 시점에서 노자의 ‘도덕경’을 탐구하고 계시는 프로네 님이 무척 대견스럽고 부럽습니다. 많은 배움 얻으시고 저에게도 한 수 베풀어 주십시오.    


2007 4.27        산비      



살아가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고독, 번민, 외로움, 빈곤, 구속, 경쟁, 시기심, 열등감 같은 것들이 삶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머리에 이고서 두 손으로 겨우 버티면서 살아갑니다. 조금만 힘이 빠지면 그 무게에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게 됩니다. 아애 납작하게 땅바닥에 뻗어버리는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갑니다.    


사람이라는 게 원래 외로운 동물인가 봅니다. 그냥 멍하니 가만있으면 나도 모르게 외로움이 스며듭니다. 이 세상에 나 홀로 버려진 느낌이랄까. 문득 고개를 돌려보면 내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친구도, 가족도 나 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것 같은 쓸쓸함이...      


버지니아 사태를 일으킨 조승희도 아마 그랬을지 모릅니다. 물론 조금 극단적인 경우이기는 하지만, 그가 세상과의 단절로 인해서 얼마나 처절하게 외로워했을까, 생각해 보게 되는 것입니다.    


부족한 게 없는데, 더 바라는 것도 별로 없는데, 딱히 뭐라고 할 만한 원인을 집어낼 수 없는 공허가 온몸을 휘감습니다. 어쨌든 살아야만 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삶이 아무리 힘겹고 고단해도 죽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 억지로라도 웃고, 일부러라도 파이팅을 외치고, 자꾸만 나를 격려해서 일으키지 않으면 게으름과 나태함과 권태로움이 나를 자빠뜨리고 말 것입니다.    


2007 4.28    산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는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에 대해서는 다시는 묻지도 말고 뒤돌아보지도 말라고 합니다. 지나간 것들은 지나간 데로 그 자리에 남겨두고, 앞만 보며 나아갑시다. 과거의 내가 어떠했는지에 대한 회한도 갖지 맙시다. 그것은 그저 과거의 나일뿐.     


어제 말씀하시기를 “왜 그렇게 살았는지 몰라...” 그걸 깨달았다면 다시 그렇게 사는 걸로 돌아가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나 인간이 본디 외로운 동물이라, 넋을 놓고 멍하니 있으면 자꾸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 가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재미있다가도 그 일에 익숙해지면 흥미를 잃게 됩니다. 열정적으로 하던 일도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지고 타성에 젖게 됩니다. 사랑도 시간이 흐르면 권태로워집니다.    


늘 새롭게 깨어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새로운 테마를 찾아 공부하고, 새로운 곳을 여행하고 그것만이 삶의 열정을 지속시켜 줄 것입니다.     


2007 5.1    산비

매거진의 이전글 1만 년 동안의 화두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