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비 Feb 27. 2019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2


 

<서양미술사>를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13세기와 14세기, 15세기 초의 미술에 대해서 공부하였습니다. 고딕 양식이 처음 발전했던 12세기 중반을 지나 대성당들의 시대인 13세기를 거쳐 좀 더 사실적인 표현법과 수학적인 묘사 방법들이 발전하면서 중세 미술은 사실상 종말을 고하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르네상스라 부르는 15세기로 접어듭니다.    


프로네 님이 재미있게 이야기해주셨던 고딕의 어원이 야만적인 고트족에서 왔다는 글도 읽었습니다. 주로 인물들을 중심으로 미술의 흐름을 말하고 있습니다. 미술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조토를 위시하여 브루넬레스키, 도나텔로, 얀 반 에이크, 마사초, 기베르티 등이 관심을 가지고 발전시켰던 미술의 기술적 측면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그러한 미술 기술의 새로운 발전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지만 그로 인해 주제가 갖는 의미를 보는 사람이 보다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것과 낡은 것, 고딕 전통과 근대적인 양식 사이의 절충이 15세기 중엽의 많은 거장들의 특징이었으며, 새로운 효과를 얻기 위한 계속된 실험과 모험 정신은 중세를 넘어서는 힘이 되었습니다.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서양 미술사에 대해서 깊이 파고들어보려고 합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2007 7.6      산비



“평균대 위의 체조 선수가 균형을 잡기 위해 쉴 새 없이 고민하며 순간순간 판단하듯 중용은 역동적인 삶의 방식이다.”  - 박재희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은 중용이라고 합니다. 인간관계에서는 상황과 때에 적중하는 중용,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기를 컨트롤할 수 있는 의지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분노를 품지 말고 내가 갖고 있는 마음 위에 불을 더하지 말고, 다만 귓가를 스쳐가는 바람이려니 생각하라네요.    


어제 본 영화 ‘초속 5센티미터’는 상당히 철학적인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인디관에서 개봉한 걸까요? 삶에 관한 많은 질문들을 품고 있습니다. 삶의 속성과 삶이 가지고 있는 본모습들을 시간의 흐름, 속도의 관점에서 보여줍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가 여기에도 적용된다고 할까요? 같은 1분 이어도 누구에게는 순간적인 시간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1시간보다도 더 길게 느껴지는 그 상대성에 대하여.

   

가슴을 후벼 파는 명대사들이 많이 나옵니다. 무엇보다도 영상입니다. 수채화처럼 맑고 밝고 투명하게 펼쳐지는 초원과 바다와 하늘과 별, 달, 해. 바람에 일렁이는 들풀들, 솟구쳐 넘실대는 파도, 눈처럼 흩날리는 벚 꽃잎들, 휘몰아치는 눈보라, 다시 소담스럽게 내려앉는 눈송이. 어떻게 만화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건지.

   

운명은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인생이라는 기차 안에서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발을 동동 구르고. 만남과 이별은 필연일 수밖에 없는지. 만났다가 헤어지고 다시는 만나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고.    


2007 7.9          산비    



오늘은 르네상스를 관통하는 15세기 이탈리아 미술과 북유럽 미술을 거쳐 위대한 거장들의 세기, 16세기의 미술을 공부하였습니다.


16세기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같은 이들이 동존했던 미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기였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장인이 아니라, 자연의 신비를 탐색하고 우주에 감추어진 법칙을 밝히고자 다방면에 걸쳐 관심을 쏟았던 거장들이었습니다. 그즈음부터 미술가들의 위상도 획기적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다빈치가 그려놓은 해부학 스케치를 보며 그의 열정과 실험정신에 경외심을 품게 됩니다. <최후의 만찬>이 식당 벽화였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모나리자>가 아니라 <모나 리자>인 것도. ‘리자’라는 이름의 한 여인을 그린 것이더군요. 그의 그림이 위대한 통찰력과 사색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이채롭습니다. 붓질 한 번 하지 않고 하루 종일을 바라보며 서 있곤 했다니...  

  

<모나 리자>는 역시 보고 또 봐도 신묘하기 짝이 없습니다. ‘스푸마토’ 기법을 비롯한 여러 가지 장치들이 교묘하게 녹아들어 신비로움을 더합니다. 직접 가서 그림 앞에 서보면 또 다르다 하는데. 아, 저는 언제쯤 그 그림 앞에 서게 될까요?    


피렌체와 베네치아 파르마의 거장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이탈리아라는 나라의 위대성에 대해서 새삼 부러움을 갖게 됩니다. 우선 이탈리아만 1주일이라도 여행하며 실체를 접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2007 7.10      산비           



오늘은 16세기 초의 독일과 네덜란드, 16세기 후반 유럽의 미술에 대해서 공부하였습니다. 이탈리아 거장들이 이룩해놓은 위대한 업적들이 북부 유럽으로 확산되어 갑니다. 과학적인 원근법, 인체 해부학에 관한 지식, 고전 시대의 건축 형식에 관한 지식들입니다.    


가장 완벽하고 신빙성 있게 현실을 표현하기 위해 발전되어 온 회화의 수법들은 이제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그럴듯하게 표현하는 수단으로 전환되기에 이릅니다.  새롭고 비정통적인 효과를 노리는 표현법과 새로운 수법과 양상을 탐구하는 미학적 변형이 시도됩니다.    


선배 거장들이 이룩해놓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희생하면서 무언가 새로움을 창조하고자 모색했다는 점에서 당시의 미술가들을 최초의 ‘현대적인’ 미술가들로 평가합니다. 분명한 것을 피하고 인습적인 아름다움과는 다른 어떤 효과를 끌어내고욕망하는 오늘날의 현대 미술이 그들과 닿아있다는 것이지요.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비가 장대처럼 내리다가 소강상태로 접어들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리 감정의 흐름도 그런 것이겠지요. 편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2007 7.11       산비     



17세기로 넘어왔습니다. 르네상스를 뒤이은 양식을 보통 ‘바로크’라고 부르는 데 특징을 간단히 정의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바로크’, 역시 ‘고딕’이나 ‘매너리즘’처럼 후대의 비평가들이 기괴하다는 의미로 조롱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바로크적’이라는 것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고전적인 규범이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떠나 사실 그대로를 모사하는 자연주의와 약간은 대담하고 변칙적인 장식물을 통해서 변화된 통일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클로드 로랭이나 니콜라 푸생은 지난번 루브르박물관전에서 접했던 인물들이라 그런지 굉장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들에 이르러 비로소 종교적인 색채를 벗어나 자연의 숭고한 아름다움에 눈을 뜨는 시기로 접어듭니다. 당시 신교와 구교가 대립했던 유럽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듯합니다.     


네덜란드가 독립된 장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루벤스와 람브란트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합니다. 특히 인물화, 초상화에 대해서 화가별로 비교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벨라스케스 - 주문한 사람의 위엄과 귀족적인 혈통을 암시하기 위해 주문자의 자세를 세심하게 배려했다. / 프란스 할스 - 어떤 특정한 순간을 포착해서 그의 화폭에 영원히 고정시켰다는 인상을 준다. / 람브란트 반 레인- 살아있는 인간의 실제 얼굴이다. 포즈를 취한 흔적도 없고 허영의 그림자도 없으며...    


“미술에 반영된 자연은 언제나 미술가 자신의 마음, 즉 그의 취향이나 기분을 반영한다.”    


네덜란드의 화가들은 미술 사상 최초로 하늘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우리로 하여금 소박한 풍경 속에서 ‘한 폭의 그림’ 같다는 인상을 받도록 가르쳐준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고 거기서 ‘픽처레스크’하다는 말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시골길을 산책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에 보이는 것에 기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처음으로 가식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우리의 눈을 뜨게 만든 이 겸허한 거장들 덕분이라네요. 아마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정물화나 아름다운 풍경화가 그려지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2007 7.12       산비       


 

“절에서 소낙비를 마음 없이 바라보는 일도 일미이다. 여름 비가 내리다 긋기까지의 그 짧은 시간. 잠깐 웃는 사이 같기도 하고, 울음이 쏟아졌다 막 멎는 사이 같기도 한 그것. 웃음도 울음도 잠깐 얽히고설킨 그물의 일일 뿐, 모든 일은 흘러간다. 비가 그치면 풀벌레 소리가 돋아나니 더욱 좋다.”    


문태준 시인이 말하는 ‘절에서의 하룻밤’에 대한 글입니다. 여러 절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렸습니다. 그중 전북 부안 내소사의 ‘트레킹 템플스테이’가 제일 마음에 듭니다. 언젠가 해보고 싶은 일중의 하나입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로마 모든 길은 바티칸으로 통하고 바티칸 모든 길은 시스타나 ‘최후의 심판’에 이른다.”    


어제 신문에 미켈란젤로가 바티칸 궁전 시스타나에 그려놓은 프레스코화 ‘최후의 심판’ 도판이 크게 실리고 소개가 되었습니다. 4년 동안 조수도 없이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고 혼자서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고된 작업 끝에 완성한 천장지요. 미켈란젤로에 대해서 막 공부하고 난 다음이라 그런지 반갑고 뿌듯하고 그랬습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고, 뭘 조금이라도 알아야 더 관심도 가지고 흥미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17세기와 18세기에 걸친 미술사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권력과 영광의 예술’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가톨릭은 미술이 글을 못 읽는 사람들뿐 아니라 너무 많이 읽은 사람들까지도 설득해서 개종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많은 건축가, 화가, 조각가 들을 동원해 교회를 변형시켜 그 찬란함과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거대한 장식물로 만듭니다. 그래서 1700년을 전후한 시대가 건축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시대였다고 합니다. 실제 사진으로 보여주는 베르사유궁을 비롯한 궁전 건축물들이 호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바로크 시대의 호방한 취향을 이어받아 들뜬 경박함 속에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장식을 담는 표현법이 유행되는 데 이것을 ‘로코코’라고 합니다.    


“진정한 화가라면 대상을 세밀하고 예쁘게 묘사해서 인류를 즐겁게 만들려고 애쓰지 말고 그의 신념의 위대함으로 사람들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 영국 레이놀즈 경의 말입니다. 위대한 예술이란 무엇을 말함인지를 알게 합니다.    


미술사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니 ‘까미유 끌로델’이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끌로델은 로뎅의  연인이자 모델, 조수 그리고 공동작업자로서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여인입니다. 비교적 오래된 영화인데 그때 당시 상당히 인상 깊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퇴근할 시간입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감합니다.     


2007 7.13      산비     



“참된 여행자에겐 항상 방랑하는 즐거움, 모험심과 탐험에 대한 유혹이 있게 마련이다. 여행은 방랑한다는 뜻이고, 방랑이 아닌 것은 여행이라고 할 수 없다.” - 임어당    


“여행은 관용을 가르치고, 우리를 겸허하게 만듭니다. 정신의 편력은 경험의 편력과 맞먹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여행의 量(양)이 곧 인생의 量(양)이라는 뜻입니다. 가깝든, 멀든 이번 여름엔 우선 떠나볼 일입니다. 책 한 권, 옆에 끼고요.” - 김기철    


늘 여행을 꿈꾸지만, 특별히 여름은 우리를 어디론가 떠나도록 더욱 유혹하는 계절인 듯합니다. 여행의 양이 인생의 양이라는데, 나의 인생의 양은 어느 정도나 되는 것인지...  

  

“나무의 흔적이 아름다운 것은 나무가 자신의 ‘결’에 어긋나지 않게 살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겠지요.” - 강판권    


나무는 남을 탓하지 않고, 한 순간도 한눈을 팔지 않은 채 군더더기 없이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렇게 살기 때문에 나무는 다른 생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네요. 성리학으로 말하자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위인지학이 아니라 자신의 수양을 위한 爲己之學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자기 자신이 똑바로 서서 옳게 살아가면 다른 이에게 귀감도 되고 도움도 되는 것이겠지요.   

 

자신의 결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함일까요? 자신의 마음의 울림, 영혼의 소리, 삶의 자세, 생활의 습관 이런 것들이 자기만의 결을 만들어내는 것이겠지요. 나만의 결에 따라 꿋꿋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면 훗날 멋지고 아름답고 견고한 나이테가 만들어질 것을 믿습니다.    


2007 7.16        산비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 생활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