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어 미치겠다고 말하면서도 그럴 수 없는 수많은 이유를 갖고 있다. 나도 같았다. 허나 가져야 할 것은 여행을 떠나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다. “그냥 가. 마음은 눕고 몸은 일어날 거야.” - 김종휘의 <아내와 걸었다> 중에서
여행을 갈 수 없는 수많은 이유들을 물리치고 한 달간의 유럽여행 장도에 오르는 프로네 님이 장하고 부럽습니다. 부디 좋은 여행이 되시기를 다시 한번 기원합니다.
“우리는 예술 작품을 통해 그 이상의 것을 본다. 바로 예술가의 영혼을 보는 것이다. 예컨대, 반 고흐의 작품 앞에 서서 화려한 색채만 본다면, 반 고흐를 보지 못하고 그가 사용한 팔레트만 본 것이다. 그의 그림에서 해바라기와 별이 빛나는 밤과 슬픈 사람들만 본다면, 색채 이상의 것은 보았지만 여전히 반 고흐는 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그림에서 절박하게 하나님을 찾는 마음과 애타게 인간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본다면, 드디어 화가를 본 것이다. 물감과 그림을 통해 그의 영혼의 단면을 엿보게 된 것이다.”
‘켄 가이어’의 책 <영혼의 창>을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삶의 길을 보여주는, 인생의 물음에 대답을 주는 책’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켄 가이어는 폭넓은 지식과 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전 세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혼의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그밖에 책 몇 권을 더 구입하였습니다.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음악 에세이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 등등. 독서 삼매경으로 이 무더운 여름을 견뎌보려 합니다.
그럼.
2007 7.21 산비
“‘논다’는 건 매우 치열한 행위야. 작가에겐 세상을 관찰하는 행위지. 나는 혼자서 잘 놀아. 자전거 타고 나가 바람 쐬고 노을을 본다고. 놀면서 세상을 들여다보고 내가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구나 하는 것을 알게 돼. 노을이나 바람 속에 있다는 것은 내가 시간 속에 있다는 얘기야.” - 김훈
시간밖에 있는 사람도 있을까요? 시간 속에 있다는 것과 시간 밖에 있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요? 어제 저도 산에 올라 노을과 바람 속에 있었습니다.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침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잘 인식하지 못한 채 일상을 살아갑니다. 먹고 자고 싸고 일하고 그렇게 몇 날 며칠이 흘러버린 후에야 아 왜 이렇게 시간은 빨리 지나가는 걸까? 허무해합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바람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멈춤의 미덕이 있어야 합니다. 그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시간 속에 있음을 자각할 수 있게 됩니다. 여행은 일상의 멈춤입니다. 멈춰 서서 바라볼 때에야 일상 속에 깃든 의미를 비로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내 영혼의 창을 들여다보려면 잠시 걸음을 멈추기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제대로 보기만 한다면 그 그림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 내가 만난 예술이란 대부분 서두르는 관광 안내원의 요약 설명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림을 제대로 보기만 한다면 그것이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연결하는 하나의 영혼의 창이 될 수 있다고 켄 가이어는 말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이렇게 평범함 그림이 도대체 어떻게 그런 터무니없는 가격에 팔릴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을 가졌던 그. 하지만 빈센트에 대해서 알아가며, 그가 쓴 편지 모음을 읽고 난 후 비로소 화가의 고뇌를 이해하게 됩니다.
켄 가이어의 <영혼의 창>. 우리에게 어떤 것들이 우리의 영혼을 비쳐주는 창이 될 수 있는지를 가르쳐줍니다. 그리고 그 창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잠시 발걸음을 멈춰 서야 한다는 사실을.
2007 7.24 산비
“바퀴가 아무리 빨리 돌아도 고정된 축은 중심을 지킬 수 있다. 사실, 그 축이 바퀴를 돌려주는 것이다. 고정된 축에서 안정이 나온다. 우리 삶의 바퀴가 빠지지 않게 하는 것도 바로 영혼의 고요함이다. 준비하는 식사가 그 음식을 먹는 사람들보다 더 중요해질 때, 나는 바퀴가 떨어져 나가려 한다는 것을 안다. 내 일이 그 일의 수혜자인 가족들보다 더 중요해질 때, 내가 주장하는 말이 그 말을 듣는 사람보다 더 중요해질 때 이런 것들이 내가 고정 축을 잃었다는 증거가 된다. 중요한 것을 보는 눈과 타인의 성스러움을 느끼는 감각을 잃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영혼의 창을 볼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 켄 가이어
“책이나 음악을 믿고 거기에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필경 우리를 배반할 것이다. 아름다움은 그 ‘안에’ 있지 않다. 그것을 통해서 올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오는 것은 갈망이다. 책이나 음악은 아름다움 자체가 아니다. 아직 찾지 못한 꽃의 향기, 듣지 못한 곡조의 메아리, 가 보지 못한 나라의 소식일 뿐이다.” - C.S. 루이스
아름다움은 그 안에 있지 않고 그것을 통해서 올뿐이라는 말이 가슴에 울림을 줍니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그 안에서 찾으려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그것이 없음을 안 순간, 실망하고 좌절합니다. 그러나 본질은 그 안에 있지 않고 그것을 통해서 올뿐입니다. 책이 전해주는, 음악이 전달하는 꽃의 향기와 영혼의 메아리를 맡을 수 있는, 들을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워 나가시기 바랍니다.
유연한 삶의 자세를 가지십시오. 시간과 장소에 속박되어 스스로에게 굴레를 씌우며 꼭 그러해야 한다고 규정짓지 마세요. 삶은 흘러가고 우리는 그 흐름 위에 있을 뿐입니다. 설령 운명의 강물이 우리를 예기치 못한 곳으로 옮겨놓더라도, 그것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맙시다.
2007 7.24 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