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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비 Mar 02. 2019

영혼의 창


사람들은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어 미치겠다고 말하면서도 그럴 수 없는 수많은 이유를 갖고 있다. 나도 같았다. 허나 가져야 할 것은 여행을 떠나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다. “그냥 가. 마음은 눕고 몸은 일어날 거야.” - 김종휘의 <아내와 걸었다> 중에서  

   

여행을 갈 수 없는 수많은 이유들을 물리치고 한 달간의 유럽여행 장도에 오르는 프로네 님이 장하고 부럽습니다. 부디 좋은 여행이 되시기를 다시 한번 기원합니다.    


“우리는 예술 작품을 통해 그 이상의 것을 본다. 바로 예술가의 영혼을 보는 것이다. 예컨대, 반 고흐의 작품 앞에 서서 화려한 색채만 본다면, 반 고흐를 보지 못하고 그가 사용한 팔레트만 본 것이다. 그의 그림에서 해바라기와 별이 빛나는 밤과 슬픈 사람들만 본다면, 색채 이상의 것은 보았지만 여전히 반 고흐는 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그림에서 절박하게 하나님을 찾는 마음과 애타게 인간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본다면, 드디어 화가를 본 것이다. 물감과 그림을 통해 그의 영혼의 단면을 엿보게 된 것이다.”    


‘켄 가이어’의 책 <영혼의 창>을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삶의 길을 보여주는, 인생의 물음에 대답을 주는 책’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켄 가이어는 폭넓은 지식과 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전 세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혼의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그밖에 책 몇 권을 더 구입하였습니다.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음악 에세이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 등등. 독서 삼매경으로 이 무더운 여름을 견뎌보려 합니다.    


그럼.    


2007 7.21       산비        



“‘논다’는 건 매우 치열한 행위야. 작가에겐 세상을 관찰하는 행위지. 나는 혼자서 잘 놀아. 자전거 타고 나가 바람 쐬고 노을을 본다고. 놀면서 세상을 들여다보고 내가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구나 하는 것을 알게 돼. 노을이나 바람 속에 있다는 것은 내가 시간 속에 있다는 얘기야.” - 김훈    


시간밖에 있는 사람도 있을까요? 시간 속에 있다는 것과 시간 밖에 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요? 어제 저도 산에 올라 노을과 바람 속에 있었습니다.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침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잘 인식하지 못한 채 일상을 살아갑니다. 먹고 자고 싸고 일하고 그렇게 몇 날 며칠이 흘러버린 후에야 아 왜 이렇게 시간은 빨리 지나가는 걸까? 허무해합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바람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멈춤의 미덕이 있어야 합니다. 그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시간 속에 있음을 자각할 수 있게 됩니다. 여행은 일상의 멈춤입니다. 멈춰 서서 바라볼 때에야 일상 속에 깃든 의미를 비로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내 영혼의 창을 들여다보려면 잠시 걸음을 멈추기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제대로 보기만 한다면 그 그림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 내가 만난 예술이란 대부분 서두르는 관광 안내원의 요약 설명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림을 제대로 보기만 한다면 그것이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연결하는 하나의 영혼의 창이 될 수 있다고 켄 가이어는 말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이렇게 평범함 그림이 도대체 어떻게 그런 터무니없는 가격에 팔릴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을 가졌던 그. 하지만 빈센트에 대해서 알아가며, 그가 쓴 편지 모음을 읽고 난 후 비로소 화가의 고뇌를 이해하게 됩니다.    


켄 가이어의 <영혼의 창>. 우리에게 어떤 것들이 우리의 영혼을 비쳐주는 창이 될 수 있는지를 가르쳐줍니다. 그리고 그 창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잠시 발걸음을 멈춰 서야 한다는 사실을.   

 

2007 7.24     산비       



“바퀴가 아무리 빨리 돌아도 고정된 축은 중심을 지킬 수 있다. 사실, 그 축이 바퀴를 돌려주는 것이다. 고정된 축에서 안정이 나온다. 우리 삶의 바퀴가 빠지지 않게 하는 것도 바로 영혼의 고요함이다. 준비하는 식사가 그 음식을 먹는 사람들보다 더 중요해질 때, 나는 바퀴가 떨어져 나가려 한다는 것을 안다. 내 일이 그 일의 수혜자인 가족들보다 더 중요해질 때, 내가 주장하는 말이 그 말을 듣는 사람보다 더 중요해질 때 이런 것들이 내가 고정 축을 잃었다는 증거가 된다. 중요한 것을 보는 눈과 타인의 성스러움을 느끼는 감각을 잃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영혼의 창을 볼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 켄 가이어    


“책이나 음악을 믿고 거기에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필경 우리를 배반할 것이다. 아름다움은 그 ‘안에’ 있지 않다. 그것을 통해서 올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오는 것은 갈망이다. 책이나 음악은 아름다움 자체가 아니다. 아직 찾지 못한 꽃의 향기, 듣지 못한 곡조의 메아리, 가 보지 못한 나라의 소식일 뿐이다.” - C.S. 루이스    


아름다움은 그 안에 있지 않고 그것을 통해서 올뿐이라는 말이 가슴에 울림을 줍니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그 안에서 찾으려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그것이 없음을 안 순간, 실망하고 좌절합니다. 그러나 본질은 그 안에 있지 않고 그것을 통해서 올뿐입니다. 책이 전해주는, 음악이 전달하는 꽃의 향기와 영혼의 메아리를 맡을 수 있는, 들을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워 나가시기 바랍니다.   

  

유연한 삶의 자세를 가지십시오. 시간과 장소에 속박되어 스스로에게 굴레를 씌우며  꼭 그러해야 한다고 규정짓지 마세요. 삶은 흘러가고 우리는 그 흐름 위에 있을 뿐입니다. 설령 운명의 강물이 우리를 예기치 못한 곳으로 옮겨놓더라도, 그것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맙시다.       


2007 7.24      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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