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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비 Mar 06. 2019

태양을 훔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을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 김남조 <편지>   

 

출근길에 프로네 님이 빌려주신 <태양을 훔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내내 읽으며 왔습니다. 편지글이 인상적입니다.    


“그에게 편지는 하루를 마감하는 일기와도 같았습니다. 그의 일기를 보면 나날의 일과와 읽은 책에 대한 느낌, 미술에 대한 생각과 그림을 어떤 식으로 구상하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알 수 있습니다.”  

  

제가 프로네 님에게 매일 보내는 편지도 저의 하루를 시작하는 명상이며 하루를 마감하는 일기입니다. 즉흥적으로 내뱉는 말이 아니라,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사유하여 써 내려간 진솔한 편지글을 좋아합니다. 제가 쓴 글을 열심히 읽어주고 칭찬해주시는 이가 있어 나는 더욱 힘을 얻습니다.  


고흐의 초기 그림들은 어두움과 슬픔이 깃들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그림 솜씨가 발전되어 나가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지난번 비엔나 전에서 보았던 얀 브뤼겔의 <꽃> 그림과 ‘바니타스’에 대한 설명을 발견하고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다는 이 즐겁고, 그 그림을 함께 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신발의 어둡고도 내밀한 공동에는 고된 노동의 피곤한 발자취가 배어있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느리고도 완강한 발자국이 투박하고 견고한 이 무거운 구두 안에 단단히 새겨져 있다. 빈센트는 이 그림을 그리며 자신이 이 구두를 신고 걸었던 길, 만났던 사람, 보았던 풍경들을 낡은 구두 안에 다 담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을까?”  

  

책을 읽고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빈센트 반 고흐의 생애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되고 그의 작품을 조금 더 가슴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왜 빈센트를 추모하는 노래의 제목이 ‘별이 빛나는 밤’일까 했더니 그의 작품 중에 동명의 작품이 있더군요.     


청록색 밤하늘과 강, 노랗게 빛나는 별과 너울거리는 가스등 불빛. 상당히 몽환적인 분위기입니다. 갑자기 지난여름 지리산 음양수에 누워 바라보던 밤하늘이 생각납니다. 도시의 불빛이 배제된 칠흑 같은 산중의 어둠. 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빈센트는 그의 나이 서른일곱 살에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2007 9.7      산비       



-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 -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를 읽고 있습니다. 바람에 12단계의 국제적 등급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제일 약한 것부터 1 실바람, 2 남실바람, 3 산들바람, 4 건들바람, 5 흔들바람, 6 된바람, 7 센바람, 8 큰바람, 9 큰센바람, 10 노대바람, 11 왕바람, 12 싹쓸바람. 바람들의 이름이 참 재미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아,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혀 다른 세계 속에서, 나와 다른 것들을 누리며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막연하게 어렴풋이 짐작으로만 알고 있던 신세계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그 내부 깊숙이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것이 책의 효용성입니다.   

 

홍은택 씨는 목표가 없으면 과정도 없다고 말합니다. 늘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프로네 님이 보기 좋습니다. ‘삼국유사 따라가기’ ‘유럽미술관 순례’ ‘세계문화유산 답사’ 등등. 한번 아이템을 잡으면 전작주의에 빠진 독서가처럼 저변을 섭렵하며 끈질기게 파고 들어가는 열정이 부럽습니다.    

제가 다소 관념적이고 뜬구름 잡는 듯한 주제, 예를 들어 삶, 우주, 행복, 마음, 여정 같은 것에 흥미를 느끼고 집착한다면 프로네 님은 직접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는 실체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돌탑이나 다리, 누각, 성벽, 신전, 건축물 같은. 그래서 보이지 않는 음악보다는 보이는 미술에 더 관심을 가지시는 지도 모르겠고요.    


보내주신 <수원 화성을 찾아서>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화성을 거닐고 있는 동영상을 보는 듯 글이 생생합니다. 화성의 역사와 유래, 그리고 현재의 이모저모를 친절하게 잘 정리하셨습니다. 글을 잘 모으시고, 기회가 되면 잡지에 기고해보세요. 프로네 님의 귀중한 경험과 사유를 썩히지 마시고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2007 9.11     산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만 갑니다. 누구에게는 유유히, 누구에게는 화살처럼. 어쨌거나 흐르는 시간을 잡아둘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루하루 늙어갑니다. 남아있는 수명에서 하루하루씩 지워나갑니다. 죽음이 눈앞에 있다는 자각이 시간의 귀함을 알게 합니다. 지금 이 순간순간을 진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삶을 값지게 합니다.


홍은택 님의 책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를 완독 하였습니다.    


“현재의 내 생활은 너무 분주하다. 어느 하나 심취할 수 없고, 어느 하나 등한히 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 차 있다. 거기에다 스스로 정한 목표들까지 끼어들면서 마음의 여백이 전혀 없다. 성공은 했지만 성취감이 없다. 과정은 없고 결과만 있는, 그런 상태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이렇게 살지 말자. 여백을 되찾자.”   

 

그가 내뱉는 자조적인 회한이 동질감을 갖게 합니다. 정신없이 바쁘기만 한 생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은 데 어느 하나 뺄 수도 없는 바큇살 같은 인생.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매진하는 것도 좋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내가 얼마나 즐겼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충실히 즐기면서 내일의 열매를 기대할 수 있는 삶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요즘 그동안의 노력이 하나씩 결실을 맺어가는 느낌이 들어 뿌듯합니다. 하지만 절대 여기서 자만하거나 나태해져서는 안 되겠지요. 우보천리의 마음으로 더욱 정진해 나갈 것입니다.    

 

2007 9.12     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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