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있습니다

by 정예슬



제주도로 출장간 남편 찾아 지난주 금요일 밤 네 식구가 여행모드로 함께했습니다. 다음날 갑자기 39도 고열이 나기 시작한 남편을 챙겨 일요일 점심에 집에 도착했지요. 짐도 풀기 전에 첫째 축구대회로 향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 두 아들은 연신 차가운 음료를 마셔댔고 결승까지 올라가 있는 힘 없는 힘 다 뺀 첫째는 집에 오자마자 반 기절 상태.

갑자기 두 아들 설사 좍좍하는 통에 첫째는 저녁 6시 반 친구 생일파티에 불참 소식을 전해야했습니다. 선물은 꼭 주고오라는 통에 저 혼자 가서 선물을 전달하고 돌아와 쌓인 빨래와 집 정리를 시작했지요.

그 와중에 남편은 코로나 양성 판정. 벌에 쏘여서(이것도 참 무슨 이런 일이. 바닷가에서 벌에 쏘이다니) 몸이 안좋은가 했는데 뜻밖 뒷북 코로나라니. 큰 방에 격리시키고 밥과 약을 밀여넣었습니다.

다시 월요일. 도저히 새벽 독서실에 들어가 앉아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허리에서도 신호가 왔거든요. 쉬어야한다!!! 누워서 스트레칭을 하며 새벽을 보내고 출근을 했습니다.

출근 후 어머니 카톡으로 알게 된 사실. 오늘은 남편 생일이었!!!!!!! 으아............ 아픈 것도 서로운데 생일도 몰라줬으니 얼마나 서운할까... 남편은 어차피 다음주에 내 생일이 있으니 늘 그랬듯 합동 생파를 하자고 했지만... 아파 누워 있어서인지 마음이 더 쓰였습니다.

퇴근 후 부랴부랴 미역국을 끓이고 소불고기에 생선을 구워 생일상을 차렸지요. 초를 불지도 못하니 조그만 케잌으로 구색을 갖추고 아들 둘 편지와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녁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기.절.하듯 잠들었....





다시 오늘, 새벽 4시 20분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새벽 독서실 문을 열고 모닝페이지를 썼습니다. 책을 읽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자니 몸마음이 한결 가볍네요. 학기초만큼 정신없는 학기말이 다가왔건만 집안일로 혼이 나간 기분. 할 수 없는 일은 내려 놓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지. 선택과 집중.




"나는 내가 지금부터 짊어지고 갈 슬픔의 무게가 얼마만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감당해낼 힘이 나의 내부에, 그리고 나와 함께 있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 풍부하게, 충분하게 묻혀 있다고 믿는다."
ㅡ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49p



감당해낼 힘이 충분히 있다고 믿으며...
할 수 있는 일을 잘 해내고 있는 우리를 칭찬하며...
오늘도 찬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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