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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이

원래의 제목이었습니다.

by 이정연


당신과의 메시지 창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에 오롯이 놓이고서야

나의 사진 채널에 들어갔습니다.

팔로워들이 사라진 텅텅 빈 채널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실 우리 사이에 이별의 말이 오가고

병원 근처에 사는 동생과 드라이브를 갔었습니다.

다녀오는 길에 오래된 시골의 중심가를 보며

당장 에서 내려 사진으로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나를 보며... 그리고 텅 빈 사진 채널을 보며 알았습니다.


내가 사진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당신이 열어준 문이고,

당신이 재능 있다고 칭찬해주기에

나는 단지 내가 당신의 관심을 받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나는 사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깨닫고야

나는 달렸습니다.


아예 새로운 채널을 개설해서

새롭게 시작해봐야지,

얼른 사진을 골라서 새로운 채널에 올려야지,

생각하면서 나는 달렸습니다.

그렇게 달리며 보이는

눈 앞의 풍경을 카메라로 담아야 하는데,

생각했습니다.

잘 담으려면 높은 곳 어디로 가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나도 좋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늘 수동적이었습니다.

시간을 갖자는 당신의 말에

나는 헤어지자고 내지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당신의 바쁜 업무에 어쩔 수 없이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나는 이제야 시간을 갖자고 하던 당신의 말이

실은 정말 당신의 말대로 이별 예행연습이 아니었음을

절절하게 깨닫습니다.




2020-12-02



변명하자면,

간밤에 낭만의 습격을 받았다.

우리는 여전하다.

그 사실이 늘 고맙고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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