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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간방 시인의 사랑 노래

by 이정연



너무도 빠르게 기차가 당신에게서 멀어진다.


함께 있어도 당신이 그리워,

몇 번이고 뒤에 당신이 있는가

돌아보고 또 돌아보았다.


당신이 나를 소중하게 품어주었다.

아기새를 품듯이

그렇게 나를 품고 또 품어주었다.


당신의 품에 안기니

당신 얼굴이 보이지 않아

당신 품에서 고개를 떼고 당신 얼굴을

하염없이 보았다.


당신이 나를 다시 품을 때

당신 볼에 내 눈꼬리가 닿았다.

왈칵하고 눈물이 터졌다.

볼이 젖어든 당신이 놀랐다.

정신 나간 사람이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마구 웃으며 나를 꾸짖듯이 말한다.


90년대

오래된 드라마에

문간방에 살던 청년이 있었다.

그가 기타를 치며 부르던 그 노래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 촌스럽고 순박한 가사가 떠올랐다.


보고 있는데도 보고 싶어서

나는 울었다.


그토록 오랫동안 당신이 그리웠는데,

이제는 그립지 않을 때도 되었는데

나는 사정없이, 하염없이 당신을 그린다.

거리를 잴 수 없을 만큼 가까이 있어도

당신이 그립다.


매일 밤,

스탠드 하나만이 불을 밝힌

나의 작은 문간방에서

그 드라마 속 청년처럼

'보고 싶다'는 말을 얼마나 반복하는지,

당신은 알까.


사랑은

어쩌면

그립다,는 말로 대체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몰라.

당신도 늘 내가 그립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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