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생선을 먹는 거야.

by 이정연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은 생선에서 취향이 극명히 갈린다. 한 사람은 생선을 무척 좋아하고, 다른 한 사람은 생선을 정말로 싫어한다.


생선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의 엄마고,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은 나의 남자 친구다. 오죽하면 사귀기 전에 연락을 주고받을 때였나. 아주 비장하게 내게 한 질문이 "너 생선 좋아하니?"였겠는가. 일단 생선에 대한 호불호를 말한 뒤, 그런 걸 왜 묻냐고 하니까 만나는 데 있어서 입맛이 너무 다르면 곤란하지 않겠냐고 한다.


안타깝게도 나와 평생을 살아온 엄마는 고기를 좋아하는 인간들과만 살았다. 그나마 전에는 고기뿐 아니라 생선국, 생선찌개마저 좋아하는 아빠라도 있었지 이제는 집에서 생선은 찾아볼 수가 없다.

엄마는 이제 '한국인의 밥상'에서나 생선을 드실 수 있다. 가 아주 가끔 생선을 사서 냉동고에 넣어드리거나, 에어프라이어에 구워드리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가끔이다. 불효도 이런 불효가 없지 싶다.

나는 특이한 경우인 것이 생선으로 한 요리는 모조리 다 싫어하는데, 회는 즐기며 먹을 줄은 알고, 생선초밥은 무척 좋아한다. "너 생선 좋아하니?"라고 묻던 그에게 딱 저 문장대로 대답했었다. 그리고 덧붙였지. "저는 고기만 주면 다 해결돼요." 그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던 것 같다.


우리는 첫 데이트 때 한정식을 먹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상에 오른 황태구이와 조기구이 맞닥뜨렸던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생선이 상에 오른 식사를 한 적이 없다.

둘 중 한 사람의 취향이 말살당하는 것보다는, 둘이 식성이 통해서 다행이라고 늘 생각하는 중이다.

친구 중에는 제3세계의 음식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친구하고 만나면 나는 늘 식사 이후의 티 타임을 엄청 기다리게 된다. 나는 정말로 독특한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들이 입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친구와 세계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전에는 내 주변에 그런 음식을 찾는 사람이 없었거든. 그 친구와 만나면 식사 이후에 커피와 빵으로 배를 채우는 수밖에 없다.

물론 좋은 친구여서, 못 먹고 다니는 시대가 아니니까 한 끼 정도는 친구에게 메뉴 선택을 양보하는 것이 나의 의지기는 하지만, 우리는 자주 만나지 못한다.(내가 배고파서가 아니라, 친구가 엄청 바빠서 그런 것이니까 오해는 금물.)



나는 생선초밥을 좋아하지만, 굳이 그걸 그와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생선초밥이 먹고 싶으면 언제고 배달을 시켜서 먹어도 되고, 그게 아니라도 친구나 가족 중 누군가는 함께 먹어주지 않겠냐는 거지.

그래서 그가 생선을 싫어하는데, 더군다나 숙성회에 대한 안 좋은 기억까지 있는데 생선초밥을 먹자고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식사 메뉴를 정하는데, 그날따라 생선초밥이 너무 먹고 싶었다. 내 마음대로 소바와 연어초밥, 소고기 초밥을 주문했다.

각자 식사를 하던 중 "연어초밥 하나만 드셔 보실래요?" 하는 내 말에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어초밥을 입안에 넣고 우물거렸다. "내 스타일은 아닌 거 같아." 하면서도 연어초밥만 두 덩이가 남았을 때 배부른 내가 하나씩 먹자고 하자, 또 아무렇지 않은 척 하나를 먹어주었다.

나는 내가 싫어하는 일은 웬만해서는 절대 하지 못한다. 성질이 좋지 못한 탓이고, 취향이 분명한 탓이다. 투석으로 매 끼니를 소중히 여기는 탓에, 맛없는 걸로 끼니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신념이 있어서 맛없는 것이나 싫어하는 건 입에 대지 않는다. 그런데 20대 때 친구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숙성회를 마주한 이후, 생선회는 쳐다도 보지 않은 그가 연어초밥을 먹어주다니!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위대한 사랑의 말이었다.(이 소리를 들으면 아마 그는 질색팔색을 하겠지. 그가 지금은 브런치를 읽지 않아서 참말 다행이다.)


엄마가 기운이 없을 때, 아주 가끔 나는 회를 사 드린다.

바닷가 출신답게 생선 요리들을 참 좋아하신다.

얼마 전에는 엄마가 고기를 드시고 싶다고 하기에, 생굴 보쌈을 사드렸다. 그랬더니 정말로 내가 생굴 두 점 먹을 동안 굴 접시를 싸악 비우셨다. 자식 먹는 것만 보아도 배가 부른 것처럼은 결코 아니었지만, 기분이 무척 좋았다,


요즘 엄마는 우울하다. 아주 저급한 사내정치에 휘말렸다. 평생을 바깥 이야기, 특히 나쁜 일은 집으로 가져오지 않던 엄마가 많이 힘들고 속상했던지 꽤 많은 속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가끔은 눈빛이 공허하고, 표정이 굳어 있을 때가 많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요즘 통 밥맛도 없다는 엄마를 위해, 나는 자주 톡을 보낸다. '엄마 뭐 드시고 싶은 거 없으세요? 나는 지금 엄마가 원하면 같이 생선조림이라도 먹을 판이니까, 뭐든 드시고픈 걸 말씀하세요. 사드릴 테니!'


정말 다행이다. 엄마가 아직까지는 생선 메뉴를 고른 적은 없지만, 정말로 엄마가 원하기만 한다면 나는 어떤 생선요리라도 먹을 각오였다. 사랑은 생선을 먹는 거야. 그러니까 조만간 나는 엄마를 위해 생선구이나 조림을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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