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진은 늘 저를 예뻐해주어서, 난데없이 제 사진을 찍기에 저도 렌즈를 들이댔습니다. 부산 태종대에서. 2022.6>
글을 쓰고픈 밤입니다. 아니, 주절거리고픈 밤이란 표현이 맞지 싶습니다.
지난 오후에는 진진과 통화를 했습니다. 아주아주 오랜, 소녀시절부터의 친구 진진.
옆에서 아들 둘이 소리를 치고 울어도요, 진진은 저에게 귀를 기울입니다. 세상 유치한 고민이어도 진진은 제 말이라면 덮어놓고 집중합니다.
제가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누구보다도 기뻐했고요, 지금도 제가 잘되기를 그 누구보다도 바라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우리 엄마보다도 더요. 그 정도로 저를 아끼는 사람입니다.
제 에세이를 위해서라면, 진진 자신이든 누구든 다 갖다 팔아도 된다는 그런 여자입니다. 심지어 진진네 애들 얼굴도 제 에세이 위해 희생시켜도 된다는... 엇... 이 여자... 저에게 미친 거 아닐까요? 헤헤헤.
밤이잖아요. 밤에는 원래 이런 헛소리 하는 겁니다.
진진의 큰아들 산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고요, 둘째 아띠도 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산이가 워낙 산처럼 키가 큰 녀석이라 다음에 만났을 때는 저보다 키가 클지도 몰라요. 저는 원래 밤톨처럼 귀엽거든요.
밤이잖아요. 밤에는 원래 이런 헛소리 하는 겁니다.
하여간 요사이에 진진이 계속 제 카톡을 읽씹 하였어요. 제가 겁나게 예쁜 하늘 사진도 보냈거든요? 확인하면, 작가님이다 역시!! 하고 답이 왔을 텐데... 이럴 사람이 아닌데... 1은 매번 사라지는데 사람이 말이 없어요.물론 진진은 본인 사업도 하고 책도 많이 읽고, 애들도 키워야하고 바쁘긴 합니다만 저에게 대답할 시간은 꼭 일부러 내는 사람이란 말이어요.
게다가 작년 여름에 저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고백도 했거든요. 저도 진진을 사랑하고 있고요. 물론 그렇다고 진진네 가정을 깨 놓을 건 아니고요. 전 진진 남편도 좋아해요. 덩치는 산만한데 마음은 어찌나 여린지. 눈빛은 또 굉장히 맑아요. 관상에서 팔 할은 눈빛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진진을 그이에게 시집보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농담, 결혼식장에서 처음 봤어요.)
여간해서 빈말을 하지 않는 진진이 저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는데, 갑자기 저한테 정이 뚝 떨어져 연락을 끊으려고 그럴리는... 없잖아요?
그래서 혼자 진진 생각을 쭈욱 하다가 오늘은 전화를 걸어보았지요. 우리의 물리적 거리는 400km쯤 되거든요. 만나려면 목소리가 제일 빠릅니다. 뚜.. 뚜.. 만약 진진이 전화를 안 받으면 어쩌죠? "달칵"
아이고, 신호음 두 번만에 받네요.
요즘 진진네 눈빛 좋은 그 양반이 출장 중이라 2주째 혼자 애들을 보고 있다네요. "정연아, 진진은 여기 없어." 아하, 그렇구나. 우리 진진의 영혼은 우주 저 멀리로 나갔구나. 세상에. 맞아요. 저도 살림 살고 그러다 보면, 아 답장해 줘야지 하고서는 그냥 메시지 넘길 때도 있고요. 어느 날은 살림 살다가 종일 핸드폰을 못 볼 때도 있어요. 살아가는 것이 다 이런 거로군요.
"진진아, 내가 갈게. 내가 가서 두 녀석 데리고 놀 테니까 한 두어 시간쯤 혼자 나갔다 와라. 조만간 진진이 구해주러 부산 가야겠다." 했더니 진진이 만류합니다.
"정연 아가씨 식겁해서 다시는 안 올라고 할걸? 나는 그건 싫다." 웃으며 말하지만, 진진의 진지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작년에도 산이랑 부산의 한 공원에서 뛰놀았는데요, 어른들이 왜 애는 어릴 때 낳아서 키우라고 말씀하시는지 알겠더만요? 전 30대인 데다, 병자잖아요.
나의 첫 조카 산이는 사실 엄청 사려 깊은 아이라서 이모가 투석한다는 것도 잘 알아요. 제 투석하는 팔에 상처도 흉도 이 아이는 두 살 때부터 이미 다 봤거든요. 그래서 이모를 배려해 줬는데도 놀아주는데 숨이 찼다고요. 헥헥헥.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이 떠오릅니다.
진진이 좋아하는 우주, 그 별에다가 내가 좋아하는 진진의 얼굴을 띄워봅니다. 내가 좋아하는 얼굴은, 내가 사랑하는 얼굴은 모두 아스라이 멀리도 있습니다.
그리운 모든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이토록 큰 우주에서, 진진과 내가 만난 것은 분명 운명일 겁니다. 서로 사랑하게 된 것도 우주의 큰 계획일테고요.
내일은 산이와 아띠가 소리를 덜 지르고 덜 뛰기를. 진진이 좀 덜 힘든 하루를 보내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