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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연 Sep 20. 2023

너의 문제

2023년 9월 20일 수요일

2023년 9월 20일 수요일

너의 문제는 그거야.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며 괴로워하는 것. 그리고 네가 겪어온 시간들을 아무것 아닌 걸로 깎아내리는 것. 그러지 마. 한 이틀에 걸쳐 싸운 그가 나에게 한 말이다. 나를 너무 잘 안다. 달력의 숫자가 네 번 바뀌는 동안 나와 우주에서 가장 가까운 남자니까 저렇게 꿰뚫어 볼만도 하다. 자존심 상하지만, 나에 대해 틀린 말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늘 상상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두려워하며. 내가 귀하게 여기는 것들이 나를 떠나가는 상상을 하고, 내가 꿈꾸는 글이 나를 버리는 상상을 한다. 그래서 현실에서 출판사에 투고했다가 대차게 까이는 상상을 한다. 출판사 편집자가 내 원고를 읽어보고 미간을 찌푸리는 상상을 한다. 그래서 슬며시 늘 글을 서랍에 집어넣는다. 그렇게 얼굴도 모르는 출판사 편집자의 미간을 지키고, 연약하디 연약한 달고나 같은 나의 멘탈을 지키고.

상상 속에서 나는 늘 편집자의 찌푸린 미간 앞에 두 손 다소곳이 모으고 앉아 있다. 근데 현실은 뭔지 아는가? 그는 내 원고는 읽어보지도 않을 공산이 크다는 거지. 그리고 그게 그의 직업이잖아? 그런데 그런 그에게 이런 재미있는 글 좀 던져주는 게 뭐 그리 대단히 죄짓는 일이겠어? 그래, 투고를 하자! 평소에 워낙 미간에 주름이 많이 잡히니까 미 6개월에 한 번씩 미간에 보톡스를 맞고 있지도 모른다. 단골 피부과가 있는지도 몰라. 혹시 투고를 했다가 미간에 주름이 없는 편집자와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이에게 단골 피부과나 성형외과가 있는지 물어보자. 음. 그런데 보톡스는 피부과로 가야 해, 성형외과로 가야 해?


웃긴 게 뭔지 알아요? 이렇게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다 보면... 사실 나도 내 문제를 모르겠어. 나도, 당신도 다 연약한 부분이야 있겠지. 뭐, 그걸 콕 집어 이야기할 필욘 없지 않을까. 그냥 가끔은 실없는 결론을 내고 싶어요. 투고를 하자. 이 글을 쓰는 나에게도. 혹시 이 글을 읽을지 모를 챌린지 단톡방의 당신에게도, 이 글이 게시된 이 공간의 당신에게도. 우리 투고를 합시다. 우리 글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이 글을 안 내놓고 썩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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