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2023년 10월 3일 화요일
5년 전에 했던 드라마 '최고의 이혼'을 좋아했다. 당시 나름대로 방영시간까지 맞춰 보았던 드라마였다.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차태현 오빠가 나오니까, 꼭 봐야지 싶었던 거지. 그런데 드라마 속에 의외의 복병이 있었다. 손석구.
난 거기서 손석구를 처음 보고, 저 남자 머지않아 매우 매우 큰 사람이 되겠다 싶었다. 당시에도 큰 사람이었나? 당시엔 그렇게 많이 유명하진 않았던 거 같은데, 곧 '추앙'받겠다 싶은 예감이 딱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연기한 캐릭터가 정말 정말 나쁜 놈이었는데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었거든.
미남이고, 잘 나가는 미대강사인 유부남. 심지어 아내는 미인에 마음씨도 아주 곱고, 혼자 드레스샵 같은 걸 꾸려가는 능력자다. 그런데도 이 남자 바람을 피운다.
내 기억에 바람피우는 여자가 한둘이 아니고, 심지어 제자랑도 그 짓(?)을 한다. 거의 주변 대부분의 여자를 상간녀 만들어버리는 마성의 남자였다. 처음에는 저 남자에게 무슨 매력이 있길래? 의구심을 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아주 조금 시간이 지나자,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가 보이고 자꾸 웃음이 픽픽 났다.
그는 아내를 사랑한다. 아주 서툴지만, 분명 아내를 사랑하는데 주변 여자들과 스릴만점의 외도를 이어간다. 정신병 수준. 솔직히 아내 유영을 볼 때면 안타까웠다. 그런데도 손석구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보면, 이게 또 웃음이 나는 거다. 미워해야 하는데, 미워할 수가 없었다. 아마 아내도, 외도 상대인 그 여자들도 그를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가 없었겠지. 그리고 그는 그렇게 구 씨가 되고, 슈퍼스타가 되었다.
만나다 보면 사람들 중에도 그런 이가 있다.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는 사람. 나는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 사실은 제일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