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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연 Oct 12. 2023

운동하는 저녁


(020) 2023년 10월 12일 목요일


동생은 유튜브 영상을 보며 운동을 한다. 여름에 회사에서 직원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했던 체중감량 대회에서 3위를 해서 상금을 받아왔다. 올해 들어 10kg 정도 늘었던 동생은 1등을 해보겠다는 각오로 대회를 준비했었다.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운동 영상들을 찾아보다가, 뛰지 않아도 되는 영상을 찾아낸 것이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거실 티브이에 유튜브 영상을 틀어두고 운동하는 것을 매일 구경하다가, 어느 날 나도 곁에서 따라 했다. 30분짜리 영상의 반 정도 되니 나는 지쳐서 더는 따라갈 수가 없었다. 이를 악물고, 한 동작도 놓치지 않고 다 따라 하는 동생을 보며 마음으로 '리스펙'을 외쳤다. 

물론 따라갈 수 없는 나 자신을 미워한 것은 아니다. 이럴 때는 환자라는 핑계로 살짝 도망치면 그만이다. 환자 맞는데 그 핑계로 도망 좀 치면 어때? 정말 도저히 따라갈 수 없어서 운동하는 동생 옆에 주저앉았다. 더 하다가는 오늘 응급실에 실려가겠다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운동이 끝난 동생 등에는 땀이 흥건했다.


동생이 증명한 운동의 효과를 보니 욕심이 생겼다. "이제 운동 같이 하자."라고 제안하며 동생에게 가격이 비싼 운동 매트를 선물했다. 물론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순전히 나의 기준이다. 이전에는 운동매트가 따로 없어서 거실 바닥에 까는 패드를 매트처럼 접어서 그 위에서 운동을 했다. 이제 운동 매트 2개를 사서 나란히 깔고 운동을 하자고 했더니, 새 운동매트의 너른 공간감과 도톰함에 동생은 꽤나 감동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매트를 산 이후 동생은 끊임없이 야근을 했고, 나는 또 혼자서는 무얼 하지 못하는 의지박약이라 또 그대로 와식생활로 돌아갔다. 그러나 오늘 부지런한 친구를 만났고, 요즘은 수영을 새로 시작한 친구를 보며 자극을 받았다. 게다가 이제 두 번째 생일을 맞이하기 위한 몸을 만들겠다고 바로 어제 다짐하지 않았는가! 


일찍 퇴근해서 플스 게임을 하는 동생에게 먼저 이야기했다. 같이 운동할래? 동생은 바로 거실 티브이에 유튜브 영상을 재생시킨다. 예솔이(식세기)를 가동해 놓고 나도 바로 동생 뒤편에 선다. 함께 30분 동안 운동을 한다. 깔깔깔 웃으며 땀이 흠뻑 젖도록 몸을 움직인다. 중간중간 많이 힘들 때는 조금씩 동작을 쉬었지만, 처음으로 30분의 과정을 모두 해냈다. 아무리 실내 자전거를 오래 타도 땀이 잘 나지 않는 내가, 땀범벅이 되었다. 원래 모든 일은 시작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시작하는 한 발을 내디뎠으니까, 이제 이렇게 건강해져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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