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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를 품고

by 이정연



대충 새벽 6시 30분 정도가 되면 나갈 채비를 마친다. 그리고 버스 앱을 수시로 체크한다. 평균적으로 6시 37분쯤 내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정류장을 지나가는 버스를 탄다. 그리고 6시 50분에 역을 출발하는 전철을 타고 서울 방향을 향해 내달린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10분, 전철을 타고 이동하는 10분. 대단치 않은 시간. 그럼에도 늑장과 엄살을 피우며 한 달이 넘게 버스와 전철을 이용하지 않았다. 영하 15도, 20도라는 기온을 핑계 삼고 목 디스크 증상이라는 허울 좋은 말을 핑계 삼았다. 그러나 내일부터는 핑계 대지 않고 다시 걷고,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는 생활로 돌아가리라 마음먹는다.


그 길지 않은 시간에서 매일 달라지는 공기를 느끼고, 매일 조금씩 다른 풍경을 만났다. 매일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그 시간들에서 느끼는 장면을 사진으로 담거나 글로 옮기곤 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사라지니, 자연히 사진도 글도 사라져 버렸다. 인생의 재미가 반 이상 줄어들어버렸다.


한겨울의 습관. 핸드폰 화면 속에서 기온을 제일 먼저 확인한다. 영하 14도, 혹은 영하 9도. 그날의 기온을 확인하고 기온에 걸맞은 외투를 결정한다. 그리고 마음에 각오를 단단히 품고 길을 나선다. 그렇게 각오를 하고 나서면 생각보다 그리 춥지 않다. 참 우스운 일이다. 각오를 하면 할수록 공기는 그리 차갑지 않다. 되려 오늘은 영하 5도밖에 안되네, 하고 방심하고 길을 나서면 칼바람이 몸과 마음을 해친다.

느슨해졌던 몸과 마음에 긴장을 불어넣어야겠다. 봄이 오기 전에, 스스로 어떻게 피어날 것인가 생각하고, 각오하며 길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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