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행자는 문물 전파자
2018년의 유럽의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체감 온도가 약 40도였으니 말이다.
핀란드는 북극에 가까웠음에도 너무 더워 우리는 집안에 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해변으로 갔어야만 했다.
북유럽의 집에는 거의 에어컨이 없다. 핀란드에서 네 번의 숙소를 바꾸며 지내었는대도 단 한 곳에도 에어컨이 없었다.
“에어컨이 필요 없었던 북유럽이니까. “ 하며 가져온 휴대용 선풍기로 나를 위로했다. 이레적인 폭염은 미니 선풍기가 우리의 몸의 일부가 되게 해주는 데에 충분 했다.
지나가는 유럽인들 마다 우리의 미니 선풍기를 보며 새삼 부러워하는 거 같았다.
핀란드를 지나 덴마크로 갔다. 핀란드보다 비싸게 느껴지는 물가.
그래도 덴마크에 왔으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루이지애나 미술관을 가보기로 했다.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우리의 숙소에서 약 1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아침부터 분주하게 버스에 올라탔다.
그날도 날이 무척 더웠다. 마치 화염 속에 들어간다면 이런 느낌 일까 싶었다. 버스는 역시나 에어컨을 켜지 않았다. 없는 건지 안 키는 건지......
설상가상으로 버스는 만원이다. 하는 수 없이 남편과 나는 마주 보고 미니 선풍기에 의존하며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되었고, 북유럽인 들은 우리보다 더 더위에 취약해 보였다.
그런데 단 한 명도 버스기사에게 에어컨 좀 켜자고 제안하지 않는 것 보니, 버스엔 에어컨이 없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미술관에 거의 도착할 때쯤이었다.
한 여자가 픽 쓰러지는 것이다. 열 실신인 듯했다. 남편과 나는 얼른 미니 선풍기 2대를 그 여자에게 돌렸고, 옆에 다른 승객들은 물을 챙겨주었다.
금세 괜찮아진 그녀. 눈을 뜨더니 우리의 미니 선풍기가 너무나도 귀엽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우리는 다 같이 버스에서 내렸다.
손에 든 선풍기는 더욱 힘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사람을 구했다는 걸 알고 있는 듯했다.
하얀색과 하늘색의 미니 휴대용 선풍기.
사실 조금은 우리 둘만 더위에 유난 떠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은 미니 선풍기를 들고 있고, 그들과 다른 냄새가 나고, 그들과 다른 머리 색깔과 얼굴색을 가진 동양인 두 명.
하지만 그 두 명이 가지고 있던 미니 선풍기는 우연히 한 유럽 여자에게 도움을 주었다.
그들과 다르게 생겼고, 그들과 느끼는 것이 다르고, 그들과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인류는 발전한다. 세상에는 신기하고 이상한 물품들이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인간들은 그것들을 공유한다. 그 버스에 있던 사람들은 이제 미니 선풍기를 사려고 알리바바나 아마존에 접속해 휴대용 선풍기를 주문을 했을지도 모른다.
개화기 때 서양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커피-쿠키를 전했고, 선교사 알렌이 민영익을 수술해 살리며 우리나라의 의료기술 발전시킨 것처럼 우리도 유럽에 무언갈 전파했다는 이상한 의기양양함이 생겼고,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여행자는 문물 전파 자임을 확신했다.
그렇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와 남편은 루이지애나 미술관으로 입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