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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Dec 25. 2020

농사에 대한 나의 태도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농부를 시작했나

농산물 다름을 인정해주세요 feat. 삽다리더덕


  아침에 부스스 일어나 남편과 나는 기도를 드린다. 아침이 왔음이 너무 감사한 순간이다. 조금이라도 일찍 하우스로 출근하기 위해 안에 내복을 챙겨 입는다.
'추우니까 양말 2개는 신어야지'
'목티를 입을까? 아니, 이따 일하다 땀이 날 테니 라이트 하게 입자!'
초보농부인 나는 처음 맞는 겨울 농사에 신이나 이것저것 챙긴다.

처음 맞는 겨울농사-

  아빠와 남편과 내가 함께 짓는 더덕 농사다. 아빠에게 정신 차리라는 말을 몇 번째 듣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듣지 않으리 마음먹고 단단히 준비한다.

밖으로 나가 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닿으면 왜 이리도 기분이 상쾌한지-
하우스에 도착해 온도를 체크하고, 데이터로 남기기 위해 적어놓는다.
그리고 새싹 더덕들의 땅이 축축한지 알아보기 위해 흙속에 손가락 하나를 쑤욱 집어넣어 촉촉함을 체크한다.
그리고는 길고양이인 우리 맹수(우리 하우스의 주인)에게 사료를 주고 , 노래를 틀고 더덕 종근 식재를 한다.

맹수의 농사에 대한 집념


나와 남편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된다.

나와 남편은 소신을 지키며 농사를 짓자 약속했다. 농부로서 나의 더덕을 구매해주시는 모든 고객에게  나의 농사 과정을 투명하게 알려주고 싶다는 게 우리의 첫 번째 소신.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믿고 편안한 마음으로 즐겼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우리의 두 번째 소신. 
농약을 절대로 하지 않을 것. 나도 농약은 먹고 싶지 않으니까. 농약은 소비자보다는 농약을 치는 과정에서 농부가 더 많이 먹는다는 사실을 안다.


우리의 세 번째 소신. 
 수매하지 않는다. 친환경농산물이라 팔며, 다른 농가의 인증되지 않은 농산물을 팔지 않겠다. 중국산을 사와 국산이라 팔지 않겠다. 나의 브랜드를 믿고 무작정 농산물을 가져와 팔지 않겠다. 

너무 힘든 지역농가를 도와주는 것은 맞지만, 나의 이익을 위해 양심을 속이고 싶지 않다. 내가 떳떳하게 농산물을 팔고 생산하는 농부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의 네 번째 소신. 농부가 우선이다.

농부가 우선일까, 소비자가 우선일까 라는 질문에서 우리는 농부가 우선이라고 당연하게 말할 것이다. 듣는 소비자는 서운해 할 수도 있겠다. 농부가 우선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나라 유통과정 특성상 농부는 제값을 받으며 나의 농산물을 팔 수 없다. 농부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팔아야 하고, 그 빚은 고스란히 농부가 떠안는다.
그럼 조금이라도 생산량을 높이려고 농부는 제약 있는 땅에  농약을 주고 비료를 준다. 그 농약 친 땅과 먹거리는 우리 모두가 먹게 된다. 이런 악순환을 바라지 않기에 나는 농부의 편에 선다. 농부가 제값으로 자신의 농산물을 팔 수 있도록 말이다.
 당연히 소비자가 우선일 것이란 농부도 있을 것이다. 소비자가 있어야 농부도 있는 것 아니야 라고 말이다.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소신이고 의견이니 참고해 주셨으면 한다.

 

높은곳을 좋아하는 우리 하우스 지킴이 맹수.


우리의 다섯 번째 소신. 
우리의 행동에 항상 진지함을 더하고 공유하지 않은 정보에 대한 컴플레인은 오로지 책임진다. 
우리의 더덕에 대해 상세히 알려드리겠지만, 우리가 미쳐 알려드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100프로 책임을 다할 것이다!

 

우리의 여섯 번째 소신. 친환경적 농사를 지으려 노력하고 환경과 자연을 생각한다. 또한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연구하고 공부한다.
농사를 지으면 환경과 자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농사는 자연의 뜻이니까. 토양이 오염되면 농사는 지을 수가 없고, 이상기후가 나타나면 농사는 손을 쓸 수가 없다. 우리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유난스럽게 노력할 것!

 

우리의 일곱 번째 소신. 지역 농부들이 힘들다면 힘이 되어 줄 수 있도록 힘을 키우고 마음은 따뜻하게 유지한다.
평균 시골의 농부 연령은 60세가 넘는다. 온라인 직거래가 활발한 이때,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장벽임이 틀림없다. 배우면 되지 않냐라는 식의 이야기도 너무나도 가혹하다. 그렇다고 모든지 다 해드릴 순 없다. 그들도 살아 남기 위한 경쟁력을 갖출 기회를 뺏어버리는 것이니까. 우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무료로 알려드릴 것이다. 항상 문이 열어두어 지역 농민들과 상생하는 농가가 되고 싶다.



  농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부는 조그마한 유혹과 타협하지 않는 소신이 있어야 한다. 뚝심 있는 농부가 되길 남편과 매일 기도한다. 


 




맹...맹수님 이제 내려와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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