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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Jan 24. 2021

시골에서 여행하듯 살다.

시골의 즐거움과 여행의 즐거움은 같다.


시골의 즐거움과 여행의 즐거움은 같다.



우리 하우스 근처는 철새도래지인가 보다. 새가 엄청 많아!

 나와 남편은 좋아하는 게 비슷하다. 대표적으로 시골스러운 것을 좋아한다는 것인데

조용하고 자연적인 요소가 있는 것,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선호하고,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을 좋아한다.

따뜻한 토피넛라떼나 핫초코를 호호 불어 마시며, 극세사 담요의 특유의 부들부들함 속에서 말도 안 되는 아무 이야기나 하며 깔깔거리고 웃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을 하며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극명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시골의 집을 개조할 계획을 세웠고, 그곳에서 여행하듯 살려고 한다.


아무도 없던 테네리페의 한 해변

 세계여행을 다닐 때도 우리는 랜드마크보다는 조용한 공원, 시골스러운 마을을 좋아했다. 한적해서 햇볕이 잘 들고, 새소리와 물소리가 크게 들리는 그런 곳에서 우리는 여행을 했다. 우리 취향이 너무 나도 잘 맞으면 여기서 살아보고 싶다 생각해 한 달씩 머물렀다.

 

1. 핀란드 한 달 살기

2. 스페인 테네리페 한 달 살기

3. 치앙마이 한 달 살기

4. 베트남 한 달 살기

5. 캐나다 캘거리 일 년 살기


조용했던 가라치코 마을


 조용한 곳을 찾아내 맛있는 것을 실컷 먹으며 집에서 집콕하며 태블릿으로  e-book을 읽고 영화를 보며, 여행 온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아침 산책, 점심 산책, 저녁 산책을 다녔다.

사람들이 너무나도 가고 싶어 하는 파리, 런던, 로마, 마드리드 등은 아주 스피드 하게 넘겼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있자면 우리는 더 지루함을 느꼈다.


‘언제 다른 나라로 가지?’

‘이 숙소 언제까지 예약을 했지? 취소를 할 수 있도록 해 놨나?’

‘더 궁금하지 않은 곳이구나’


자연과 함께 하는 국가에서는 우리가 느끼는 여행의 기쁨이 두배, 세배가 되었다.


‘새와 강까지 우리를 반기는 것 같아’

‘(잔디에 누워) 이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별거 없이 손 붙잡고 걷기만 해도 특별한 하루다’


  2020년 1월. 한국에 들어오면서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서울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놀았으니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게 꼭 서울 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한국 컴백 생활을 했다. 약 6개월간의 서울에서의 생활은 아주 팍팍했다.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산책을 갈려고 해도 돈을 내야 하는 ( 선릉과 정릉 : 하루 1인 천 원 )


작은 서울의 오피스텔.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우리.


이곳이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어차피 직장을 갖지 않을 생각이었고 사업을 생각했던 우리는 굳이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항상 경험해야 느끼는 편) 더군다나 코로나19로 교육이나 지원사업들의 설명회는 비대면으로 대부분 이루어졌고 우리는 거의 오피스텔에 갇혀 살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12~14년 만에 우리의 고향인 충남 예산군에 내려오게 되었다.


삽교읍 꽃산에 무지개


충청남도 예산군 삽교읍. 

 이 곳은 우리 부부가 태어나고 자랐던 곳이다. 우리가 시골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부터 시냇가에서 물고기를 구경하고, 산에서 사슴벌레를 잡으며, 논에서는 올챙이를 보고 자랐던 우리의 추억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고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준 것일까?




  여행의 힘이었든, 우리의 추억의 힘이었든 우리가 좋아하는 그 한적함을 찾아 흘러 들어왔다.  

이제 내일부터는 오랫동안 빈집이었던 시골집을 치우고 하나둘 우리의 힘으로 시골집을 고쳐볼 생각이다.

수중에 가진 돈은 없지만 다들 그러하듯 우리도 빚을 내어 집 고칠 돈을 마련하였다. 다음의 글은 시골집을 고치는 내용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고칠 시골집

  있는 아궁이를 살리고, 우리의 작업공간인 워크스페이스를 별채에 만드는 게 우리를 크게 설레게 한다. 이 설렘은 우리가 여행을 했던 그 설렘이다. 생각만 해도 설레게 하는 우리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우리를 여행하게 만들었고, 우리를 시골에 오게 해 주었다.



우리는 아직도 여행하듯 시골에서 살고 있다. 매일이 설레지만, 현실은 정말 힘들다는 것을 여행하며 많은 변수에 느꼈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씩 성장했다.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이나 사건, 하루 종일 걸어야 했던 여행지의 경험은 우리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시골집을 고치며 생길 많은 변수들에 대해 각오를 하고 있다. 마냥 즐겁고 유쾌하진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행복한 고민이라는 것을, 이것들이 우리를 얼마나 배우게 하고 성숙하게 할지 잘 알기에 조금씩 해내어 간다. 이런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묘미일 테니. 즐기는 것이 해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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