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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Jun 12. 2020

내가 숲을 좋아하는 이유

주말엔 숲으로




둘 중 하나만 선택하세요.

바다, 숲

하나! 둘! 셋!


 바다와 숲 중에 무엇을 더 좋아하냐고 물어본다면 주저 없이 숲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둘 다 있다면 금첨화이겠지만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보다 푸르름 가득 울창한 숲을 더 좋아한다. 본격적으로 숲을 좋아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숲에 매력을 느끼게 된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한데 2년 전에 춘천 썸원스페이지라는 숙소에 가서 읽었던 마스다미리의 '주말엔 숲으로'라는 책 때문이었다.







 마스다미리는 오사카 출생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이자, 에세이스트로 3-40대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여성 작가이다. 주변에서 이건 그냥 만화책이 아니다, 라는 얘기를 숱하게 들었지만 읽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혼자 놀러갔던 썸원스페이스라는 숙소에 마스다미리 책이 시리즈로 놓여있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책 세권을 순식간에 읽었다. 수짱시리즈도 재미있었지만, <주말엔 숲으로>라는 책은 책장을 덮자마자 내 인생 책이 되어있었다.


 <주말엔 숲으로>에는 3명의 30대 싱글 여성이 등장한다. 번역가인 주인공 하야카와는 숲에 산다. 도시에 살면서 일하고 있는 하야카와의 친구들 마유미와 세스코는 주말이면 하야카와가 있는 숲 속의 집을 찾는다. 그들이 함께 하는 일은 특별하지 않다.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고,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숲을 산책하기도 하며 숲의 사계절을 만난다. 숲 속에서의 시간 동안 마유미와 세스코는 도시에서의 스트레스,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를 하야카와의 집에서, 숲을 걸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편안하고, 느긋하고 유쾌한, 숲을 닮은 주인공 하야카와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엄마 미소가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바로 이 부분이다. 하야카와가 숲 속 호수에서 카약을 타면 재미있다고 알려주었는데 나머지 친구 두 명이 자기도 타고 싶다며 셋 다 카약을 사서 함께 한줄로 나란히 나란히 카약을 타러 숲을 걸어가는 장면은 지금 당장이라도 나도 카약을 사서 하야카야, 마유미, 세스코 뒤에 쫄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을 들게 했다.

 



큰 바다에서 목적지를 향할 때는 똑바로 나가는 것이 빠를 테고,
강이나 호수에서는 작게 회전할 수 있는 것이 편리하고,
똑바로 나갈 것인지, 작게 회전하면서 빠져나갈 것인지,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 마스다 미리, <주말엔 숲으로> 중에서



아는 새가 처음 보는 새처럼 보이는 건
새의 아름다움이 보였다는 거야.

- 마스다 미리, <주말엔 숲으로> 중에서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고 나서 여유롭고 느긋한 마음으로 숲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치열한 일상을 뒤로 하고, 자연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고 넉넉한 마음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시간이 날 때마다 숲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언젠가 하야카와처럼 숲에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날이 찾아오지 않을까?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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