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기획자.
나는 광고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지금까지 늘 나 스스로를 콘텐츠 기획자라고 불러왔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면서 큰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들이 많았고, 그래서 나는 좋은 콘텐츠 기획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콘텐츠 기획자라는 말은 너무나도 광범위해서 어딘지도 모르는 망망대해 위를 유영하고 있다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컨텐츠를 만들어왔음에도 정작 내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데도 나는 나를 정말 콘텐츠 기획자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하는 고민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스스로가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왜 나는 내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찾지 못했던 걸까?
우선, 콘텐츠 속에 들어간 메시지보다 콘텐츠를 만든다는 그 행위 -그러니까 사람들의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하나의 콘텐츠로 기획해서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그 과정 자체-에 대한 즐거움이 컸던 것 같다. 광고 회사 특성 상 다양한 브랜드를 만나게 되는데 나는 다양한 브랜드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일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비주얼 중심의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면서부터는 아무래도 외면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집중하게 되면서 메시지에 대한 깊은 고민보다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에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은 바로 <콘텐츠의 미래>라는 책을 읽고 난 뒤였다. 콘텐츠를 만들 때 우리는 함정에 빠질 수 있으며, 모든 것은 연결에 달려있다는 내용에서 내가 그동안 만들어온 콘텐츠들과 나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전통적인 교실 수업에 대한 위기는 디지털 과학기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전통적인 교실의 문제점들은 학습보다 콘텐츠에만 주안점을 둔 데서 나온 결과다. 디지털 기술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집중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학업 동기부여, 잠재력, 장려책, 애로사항 등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부분들이 너무나도 쉽게 무시되고 외면당해왔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콘텐츠를 개발하고 최고의 커리큘럼을 제공하여 누구나 접근이 쉬운 환경을 조성하기만 하면 저절로 좋은 성과가 이루어진다는 생각은 콘텐츠 함정에 빠지는 지름길이다.
- 바라트 아난드, <콘텐츠의 미래>
나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대해 아직 나는 답을 찾지 못했으며, 답을 찾아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쓰고 있는 브런치의 글도 그 과정 중 일부라고 생각한다. 본질, 불안, 성장, 변화, 발견, 그리고 사랑 등, 내가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키워드들을 정리해 보며 해당 키워드와 관련된 콘텐츠들을 더 많이 찾아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해보게 되는 밤이다.